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증권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우려와 함께 국내 정세 불안이 증시 부진의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가 향후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땐 내림세…호세프 땐 상승
이전 대통령 탄핵 사례를 보면 사안에 따라 국내 증시는 제각각인 반응을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탄핵안 발의나 가결 자체보다는 탄핵 과정이 정치 리스크를 확대시키느냐 감소시키느냐에 따라 시장 반응이 달라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탄핵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부각시킬 경우 증시가 부진했지만 불확실성을 제거됐다고 해석될 땐 증시가 호조세를 띈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이 있었다. 당시 재적 271인 중 193인이 탄핵안에 찬성해 가결됐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당시 코스피는 장중 5.50% 폭락하고 사이드카가 발동하는 등 금융시장의 혼란이 극심했다. 전날밤에 터진 스페인 열차 폭탄테러에도 지수가 잘 버틴다 싶었지만 탄핵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순식간에 3% 가량 지수가 빠졌다.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판결이 나온 5월 14일까지 2개월여간 코스피는 869.96에서 768.46까지 11.7%나 하락했다.
지난 8월 브라질에서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됐다. 하지만 브라질 증시의 반응은 노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브라질에서는 호세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불거진 부패 스캔들로 지난해 연말부터 대규모 집회가 벌어지는 등 정국 혼란이 극심했다. 이후 지난 4월 17일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된다. 탄핵안의 절차적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 31일 상원에서 탄핵안이 최종승인됐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상원에서 최종승인되기까지 4개월여 동안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BOVASPA) 지수는 5만3227.74에서 5만7901.11로 8.8% 상승했다.
지난달 7일에는 프랑스 하원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됐다. 지지율이 한자릿수에 머물면서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올랑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된 당일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91% 급등했다.
◆ “탄핵 부결시 최악” 한 목소리
국내 증권가에서는 탄핵 여부가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이 주는 변수라기보다는 하나의 리스크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즉 탄핵이 가결된다고 증시가 호조세를 띌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부결될 경우 증시에 부담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회 탄핵 가결 이후에도 헌법 재판소와 같은 추가적인 여정이 남아있다. 심리적인 영향으로 개선이 있을 수 있지만 계속 지켜봐야 한다”라며 “외국인 수급은 정치 변수가 최악으로 비화되면 네거티브하게 반응하겠지만 이런 구도에서는 중립을 지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주말마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국회 표결에서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경제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은 노이즈가 장시간 오픈된 이벤트인 상황이기에 불확실성 측면에서 부결됐을 때가 좀 더 걱정인 것 같다”며 “시장은 탄핵을 지금 받아 들이는 분위기라서 부결됐을 때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높아지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탄핵이 가결되면 중립 또는 조금 오르는데 그치고, 부결된다면 정국이 혼란스러워져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야당 대표가 탄핵 부결시 국회를 해산하자는 이야기도 하는 등 부결되면 합법적인 프로세스가 끝난다. 시장은 이같은 상황을 싫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탄핵안 부결시 소비 부진 등 경기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부결된다면 단기적인 위축이 있을 것”이라며 “세월호 때 소비가 감소한 것처럼 부결시 소비 감소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다. 부결된다면 시위에 나섰던 국민들이 자괴감에 빠져 소비가 부진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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