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을 굴려야 하는 고객들이 다년간의 경력을 쌓은 투자전문가보다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로봇어드바이저를 압도적으로 더 많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최초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에 들어간 모바일 로보어드바이저 ‘엠폴리오’ 를 통해 지난 한달간 총 2만2712좌의 신규펀드 가입이 이뤄졌다. 이중 전체의 90%에 가까운 2만303좌가 로보어드바이저가 추천한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기간 투자 전문가들이 제시한 투자포트폴리오를 추종해 가입한 펀드(2409좌)보다 9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엠폴리오를 이용해 펀드에 가입한 고객 10명중 9명이 로봇이 제시한 투자폴리오를 더 신뢰한 셈이다. 은행 포트폴리오 추천부터 상품가입, 사후관리까지 모바일 앱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엠폴리오를 이용해 펀드가입시 사람이 관여하지 않는 로보어드바이저와 신한은행내 투자전문가들이 제안한 투자 포트폴리오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은행 투자전문가들이 추천하는 투자포트폴리오는 매달 열리는 은행 투자회의에서 결정한 투자전략에 맞춰 짜여진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실시간으로 수익률을 따져 투자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골라내는 기능을 장착, 고객이 투자를 의뢰한 당시 시점에서 가장 우량한 상품을 자동으로 찾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만큼 금융시장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똑똑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는데 더 유리했다는 진단이다.
로보어드바이저가 거둔 펀드가입 실적은 전통적인 판매 창구인 오프라인 지점까지 뛰어넘었다. 같은기간 신한은행 영업점에서 가입된 펀드는 2만1782좌로 로보어드바이저(2만2712좌)에 뒤졌다. 월간 기준으로 모바일에서 이뤄진 펀드가입 계좌수가 영업점포를 넘어선 것은 신한은행이 지난 2012년 모바일 기반으로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한후 처음이다. 예상보다 뜨거운 로보어드바이저 인기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일반 고객들이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해 갖는 신뢰도가 생각보다 높았다”며 “실시간으로 수익률을 따져 투자시점에 가장 잘 맞는 상품을 제안하는 전략이 잘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가장 많이 가입된 상품 특징을 살펴보면 로보어드바이저가 얼마만큼 신속하고 유연한 투자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는지 잘 나타난다. 예기치 못한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 당선으로 국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뒤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국공채와 우량 회사채를 섞은 ‘안정형’ 투자 상품을 추천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가장 많이 찾았다. ‘동양하이플러스채권증권자투자신탁1호’ 등 최근 한달간 엠폴리오에서 가장 많이 팔린 펀드 상위 5개 상품 중 3개가 이같은 ‘예금금리+α’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채권형 펀드였다.
기대수익은 연 2%대 초반으로 높지는 않지만 투자 성향상 안정형으로 분류되는 상품이다. 그동안 프라이빗뱅크(PB)고객 등 거액자산가에게만 제공했던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투자기법을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확대한 전략도 주효했다. 엠폴리오 서비스로 펀드에 가입한 고객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30·40대 직장인으로 전체의 63.8%였고 매달 펀드에 납입하는 금액도 34만원으로 소액이었다.
이
[김태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