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드류 카롤리 교수 <사진 출처=코넬대 홈페이지> |
미국 주식시장에서 20년 전보다 상장회사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아직 미국보다 상장회사수가 절반 수준인 국내 상황을 감안할 때 글로벌 IPO 시장의 위축기가 국내 증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는 한국증권학회가 주최하고 매일경제가 후원하는 ‘제10회 한국증권학회 국제콘퍼런스’가 열렸다. 둘째날 행사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앤드류 카롤리 코넬대 교수(사진)는 “미국 상장회사수의 감소는 특정 규모를 갖춘 기업이나 산업에 집중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미국의 IPO 시장의 정체 상황을 지적했다.
카롤리 교수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상장회사 수는 1990년대 중반인 1996년 8025개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 현재 3700여개로 급감했다. 회사상장 관련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그가 미국 IPO 시장의 정체기를 언급한 것은 향후 글로벌 투자자금 이동이 원활하지 않아 국제 증시가 쇠퇴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카롤리 교수는 상장회사수의 급격한 감소를 ‘미국 상장 갭(U.S. listing gap)’이라고 명명하고, 상장폐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상장되는 기업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의 상장폐지율은 46%에 달한다.
카롤리 교수는 “높은 상장폐지율에 대해 일부에선 2000년대 초반 사베인스 옥슬리법 등 강화된 상장사 관련법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자발적 상장폐지가 적었다는 점에서 설명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이 시기 비정상적으로 많았던 기업의 인수합병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2001년 엔론, 월드컴 등의 대형 회계부정사건을 계기로 기업회계기준을 강화한 사베인스 옥슬리법을 만들어 200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안 때문에 상장 비용에 부담을 느낀 회사들이 IPO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오히려 법 시행 이전부터 상장회사수는 이미 감소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회사는 많지만 상장으로 이어지는 기업들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상장성향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총 57편의 논문이 발표됐으며 이 중 9편이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 등이 행사에 참석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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