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만에 원유 감산에 합의하면서 코스피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OPEC은 생산량 상한선을 내년 1월부터 일평균 3250만 배럴로 제한했다. 현재보다 120만 배럴이 줄어들었다. OPEC은 6개월 감산 후 다음 정례회의에서 연장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같은 합의 소식에 유가가 일제히 오르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월 인도분은 지난밤 배럴 당 51.06달러를 찍으며 2거래일 연속으로 급등했다. 지난달 19일(51.60달러) 이후 최고가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도 50달러 내외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유가변동성지수는 하루만에 10.8%포인트가 떨어졌다. 유가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투자 심리가 힘을 얻었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변동성지수가 하락하면 코스피가 평균적으로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 유가 변동성이 떨어지자 코스피는 20거래일 동안 상승했다. 유가변동성지수가 5%포인트 이상 급락하면 코스피는 평균 2%씩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정유와 화학은 물론이고 조선 업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회사들이 보유한 유전의 손익분기점이 낮아지면서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의 입찰 움직임이 나타났다”며 “이번 감산 합의로 최종 투자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셰일업체들의 생산 재개 여부가 유가 상승의 변수로 남았다. 원유 가격이 배럴 당 50달러를 넘어가면 셰일업체 중 일부는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기 때문이다.
OPEC이 합의 사항을 지킬 지도 문제다. OPEC 회원국들은 할당된 생산량을 넘거나, 공식적으로 발표한 양보다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경향이 있다. OPEC 비회원국인 러시아도 하루 평균 30만 배럴 이상씩 생산을 줄이기로 했지만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원유시장은 게임이론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분야”라며 “감산합의 이후에 지킬지 말지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80년대 말 OPEC 회원국들의 패턴을 보면 ‘합의는 하지만 실행하지는 않는다’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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