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보사 4곳 '자살보험금 중징계' 직격탄
1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에 통보한 제재조치 중 수위가 가장 높은 것은 영업권 반납이다. 실제로 금감원이 이 정도까지의 제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제재 대상이 된 삼성·교보·한화생보의 총자산이 400조원에 달할 정도로 수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계약자 처리 등 대혼란이 초래되는 극약처방은 금융당국도 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최악의 경우 영업권 반납 제재를 받는 보험사가 나온다면 이 회사는 말 그대로 국내에서 보험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제재 대상이 된 4개 생보사가 그나마 수위가 낮은 일부 영업정지 제재를 받는다고 해도 계약자 이탈과 영업 축소 개연성이 크다. 초강력 제재 조치로 중위권 보험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사들은 제재에 따른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교체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 한화, 알리안츠는 그룹 계열사로 전문경영인이 CEO를 맡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을 수 있지만 그룹 오너이자 대표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통보된 제재가 그대로 확정되면 미래 사업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삼성생명은 그룹 차원에서 금융지주사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황인데 금감원의 중징계를 받는다면 자칫 지주사 설립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당장 삼성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삼성화재 지분 확대에 나설 때 금융당국 승인이 필요한데 중징계 이후 이 같은 과정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한화생명 역시 금융지주사 전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미래 경영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교보생명은 2021년 새 회계기준(IFRS17) 시행으로 인한 자본 확충을 위해 주식시장 상장(IPO)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 중징계가 확정되면 상장 작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상장 무산 시 상장을 통해 들여올 자금 수조 원을 다른 곳에서 메워야 하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4월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후 현재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은 지난달 23일 흥국생명 등 자살보험금을 기지급한 보험사에는 수백만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선에서 징계조치를 마무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자살보험금 기지급 보험사를 경징계한 데 반해 미지급사에는 금융당국의 괘씸죄가 더해지면서 과도한 수준의 제재조치를 내린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보험사 CEO 인사철에 강력한 제재조치를 들고나온 것 자체가 보험사 압박용이라는 지적이다.
보험업계는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관련 대법원 판례가 나오기 전에 보험금 지급을 결정할 경우 CEO들이 배임 시비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지급을 못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