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소액주주 2차 손해배상 소송

한미약품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직원이 기술수출 계약 파기에 관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한미약품 직원뿐 아니라 이들로부터 정보를 받은 2차 정보수령자 20여 명도 적발돼 금융당국에 통보됐다. 이들 혐의가 확정되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처벌받는 첫 사례가 된다.
한미약품 소액주주 120여 명은 '늑장 공시로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봤다'며 한미약품을 상대로 추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기존에 소송을 제기한 원고 200여 명을 합하면 총 300여 명 규모의 대규모 원고단이 꾸려질 전망이다.
1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한미사이언스 직원 김 모씨(31)와 박 모씨(30), 한미약품 직원 김 모씨(35) 등 3명에 대해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지난달 3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 법무팀에 근무하는 김씨와 박씨는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파기 정보를 미리 입수해 가족과 지인 등에게 알리고,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미리 팔아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9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피했고, 김씨 지인 4명도 2500만원 정도 이득을 봤다. 박씨 또한 해당 정보를 지인 7명에게 알려 9800만원가량의 손실을 회피했다. 박씨에게서 기술수출 계약 파기 정보를 입수한 한미약품 인사기획팀 직원 김씨 또한 본인 소유 주식을 미리 팔아 2100만원의 이득을 봤고, 지인 5명에게 알려 1억8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하게 했다. 이들은 해당 정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도 내부자와 1차 정보수령자 20여 명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건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차 정보수령자도 20여 명 적발해 금융당국에 통보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관계자는 "검찰 통보 내용을 추가 조사해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확인되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공개 정보 이용에 따른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처벌받는 첫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검찰은 이번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공매도 세력이 개입했는지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법조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한미약품 소액주주 127명은 "회사 측의 고의적인 늑장 공시로 주가가 하락해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며 한미약품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들의 소송가액은 모두 합해 14억원가량이다. 소송대리는 기존에 한미약품 소액주주 소송을 대리한 법률사무소 제하가 맡았다. 앞서 지난달 한미약품의 소액주주 원고 203명은 한미약품의 고의적인 공시 지연 및 이로 인한 주가 하락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바 있다. 이번 추가 참여로 소송 규모도 1·2차 모두 합쳐 원고 330명에 소송가액은 40억원으로 불어났다.
[배미정 기자 / 유태양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