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안 듣는 자사주 매입…주가 부양 ‘미지근’
위축된 투자 심리를 풀어보려는 기업들의 노력에도 시장에 한기가 돌고 있다.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방어에 나섰지만 대내외 악재에 영향력이 크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자사주신탁계열을 체결하거나 직접 매입한 상장사는 42개다. 넥스트칩(20억원), SIMPAC(17억원), 신세계I&C(60억원), 이스트소프트(15억원) 등이 포함됐다. 경영진이나 오너가 나서 자사주를 매입한 경우를 합치면 그 수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은 자사주를 사들이는 목적으로 ‘주주 가치 제고·주가 방어’를 꼽는다.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해 직접 거래에 참여하는 것이다.
기아차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며 관세 우려가 부각되자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다. 10일부터 18일까지 총 113만8500주를 427억8000만원에 매수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 효과’는 단기간에 그쳤다. 기아차는 3만6000원대에서 하락을 멈췄지만 여전히 그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을 맺은 게임빌도 마찬가지다. 게임빌은 꾸준히 신작을 출시하며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주가는 올해 하반기 들어 계속 떨어져 5만원대를 맴돌고 있다. 회사는 삼성증권과 내년 4월까지 3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해 주가 방어에 나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엮인 차바이오텍은 경영진이 자사주를 사들였다. 논란이 확대되자 최종수 대표 등 임원진이 나서 주식을 사들였지만 주가 부양에는 큰 효과는 없었다. 지난 8월 1만7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만1000원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오히려 경영진들의 저가매수 기회가 된 셈이다.
그외 우신시스템, 이스트소프트, 씨큐브, 조선선재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미국 대선 이후 국내 정치 이슈가 겹치면서 주가가 떨어지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자사주 매수는 주가 안정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저가에 지분을 확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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