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혜택이 풍성하기로 소문난 체크카드를 8년째 사용하고 있는 A씨(30)는 최근에서야 정작 자신이 받은 혜택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혼자 영화관을 찾고 점심 식사를 하는 등 항상 이 카드를 이용해왔지만 할인을 받았다는 기억은 별로 없었다. 할인조건을 꼼꼼하게 따져본 결과 비밀은 ‘할인 구간’에 있었다. 해당 카드의 할인조건을 충족시키는 금액이 커 혼술혼밥 정도의 비용으로는 도저히 채울 수 없었던 것.
혼술혼밥 등의 ‘솔로 전성시대’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지만 카드사의 할인혜택은 2인에 맞춰져 있어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신용카드 마진 등을 이유로 소액구간에서 할인서비스를 운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입장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의 스테디셀러인 ‘노리체크카드’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3만~5만원 이상 결제할 경우만 할인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실적으로 혼자 레스토랑을 방문해 주문하는 금액을 감안했을 때 술이나 음료를 추가로 시키더라도 이는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인 ‘씨티 클리어 카드’ 역시 혼자 식사를 할 경우 점심할인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카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에 식사비용 총 금액의 5%를 할인해주는 ‘점심 할인’으로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해당 카드가 제공하는 할인혜택은 1회당 금액이 1만~2만원이다. 즉 혼자 1만원 이상의 식사를 하지 않는 이상 이 혜택을 누리기는 어렵다.
우리카드 역시 젊은 세대를 위한 폭넓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할인구간에 대한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NEW우리V카드’는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에서 영화관람요금을 1만원 이상 결제시 월 1회에 한해 6000원 할인을 제공한다. 따라서 최근 CGV 영화표가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되며 혼자 영화를 즐기는 ‘혼영족’의 경우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롯데시네마는 여전히 9000원에 관람권을 제공하는 등 보다 저렴한 좌석을 이용하는 고객이나 조조영화를 즐기는 회원의 경우 여전히 카드혜택을 받을 수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선보일 때 카드사로서는 손익구간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해당 카드들의 경우 할인 폭이 큰 편이라 무조건 할인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일정 소비구간에서 할인혜택을 선보이는 것이 고객과 카드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혼밥혼술에 익숙한 ‘솔로라이프’를 즐기는 고객의 경우 자신이 사용하는 금액에 상관없이 혜택을 제공하는 ‘무조건 할인’ 카드를 사용하는게 쌈짓돈을 아낄 수 있는 보다 좋은 방법이다.
신한카드는 싱글 남성을 위한 특화카드 ‘Mr.Life’를 선보여 주목받은 바 있다. 이 카드는 전기·도시가스 요금과 통신요금의 10%를 월 최대 1만원까지 할인해준다. 또 할인점(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에서 1일 1회 결제금액 5만원까지 10%, 주유소에서 1회 10만원, 월 30만원까지 리터당 60원을 할인해 준다. 아울러 편의점, 병원·약국, 세탁소에서 10%를, 온라인쇼핑·택시·식음료 업종에서는 일 1회, 월 10회, 건당 1만원까지 야간 10% 할인
현대카드 역시 금액에 상관없는 무조건 적립카드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현대카드 ZERO는 사용금액에 상관없이 무조건 0.8~1.5%를 적립해준다. 적립률은 적은 편이지만 1회 카드결제액이 크지 않은 솔로들의 경우 금액에 따른 할인구간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 유용하다는 평가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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