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매일경제가 조사한 결과 지난 1년간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상장사 중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함께 발표한 곳은 삼성전자뿐이다. 대신 나머지 기업들은 모두 오너 등 최대주주 지분율 증가 등 지배구조 강화에만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1년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휴온스글로벌, 일동홀딩스, 슈프리마에이치큐, 원익홀딩스, 샘표 등 5곳은 재상장일 이후 지난 29일까지 주가가 평균 29.6%나 하락했다. 휴온스글로벌이 40% 넘게 하락했고 나머지 지주사 4곳도 모두 20% 이상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주사의 사업 자회사들도 원익IPS(원익홀딩스의 자회사)를 제외하면 모두 하락했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인적분할-주식교환-분할-재상장의 절차를 거친다. 특히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공개 매수에 오너 등 대주주를 제외한 소액주주들 참여율은 극히 저조해 '오너들만의 잔치'로 끝나기 일쑤다. 실제 지난 6월 2~21일 슈프리마에이치큐 주식 공개 매수 과정에서 이재원 대표 등 특수관계인이 공개 매수 대상 200만주 중 110만주를 사갔다. 나머지 일반 투자자들은 고작 8주를 샀다. 슈프리마는 지문인식 등 생체정보 관련 업체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공개 매수에 응한 슈프리마 주주들에게 현금 대신 자사의 신주를 배정하기로 했는데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개 매수 가격을 책정했다. 일반 주주들은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슈프리마 주식을 넘길 필요가 없어 당시 참여율이 극도로 저조했다. 이 같은 손해를 대주주들은 기꺼이 감수했고 이들은 지주사인 슈프리마에이치큐 지분을 공개 매수 전 25.98%에서 이후 45.94%까지 높였다.
휴온스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소액주주를 홀대해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공개 매수 참여율은 1%도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오너 지분이 많은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은 바이오 의약품 생산업체인 휴메딕스 등 알짜 자회사 지분을 확보했고 소액투자자가 대부분인 사업 자회사 휴온스는 별다른 매출이 없는 비핵심 자산을 갖게 됐다.
윤주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휴온스, 슈프리마 등 중견사들의 지주사 전환이 주로 오너 지배권 강화 목적에 쏠리다 보니 투자자들 관심이 싸늘하게 식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기업 가치는 변화가 없다. 단기간에 급등하더라도 오히려 재상장 전보다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크라운제과, AP시스템, 유비쿼스, 오리온, 매일유업 등이 연달아 지주사 전환을 선언했지만 삼성처럼 주주친화 정책을 함께 발표한 곳은 없다. 크라운제과는 내년 3월 1일 기준으로 회사를 지주사(크라운해태홀딩스)와 사업회사(크라운제과)로 쪼갠다.
앞선 사례처럼 크라운제과 지분을 크라운해태홀딩스 신주로 맞교환하는 방식의 현물 출자를 통해 지주사 지분을 늘릴 전망이다. 크라운제과의 최대주주는 윤영달 회장으로 지분 교환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장남 윤석빈 씨로의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올해 들어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인적·물적 분할을 발표한 상장사는 삼성전자까지 모두 9곳으로 작년(4곳)의 두 배를 넘어섰다.
여기엔 야당 중심으로 대주주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이 올해 하반기부터 발의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선언으로 현대차, SK, 롯데,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이 오너를 위한 작업인 것은 모든 투자자가 다 알게 됐다"며 "다만 이런 속사정이 있는데 얼마나 해당 기업이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늘릴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한예경 기자 /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