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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건수는 109건, 증자를 통한 자본금 증가 규모는 4조7288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119건)과 비슷하지만 규모(2조9455억원)가 급증했는데, 삼성중공업·현대상선 등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조선·중공업 업체들이 조 단위 증자를 단행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올해 말까지 코스피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규모는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돼 2010년 5조3000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상증자는 보유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기존 주주나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신주발행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확보하려는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주식 수 증가에 따른 대주주 지분 희석 우려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유상증자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들의 조달 목적이 대부분 성장과 거리가 멀어 해당 기업들 주가는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1조1400억원 규모 초대형 유상증자를 실시한 삼성중공업은 신주발행가가 확정된 지난 2일 이후 주가가 12% 하락했다. 특히 지난 24일에는 신주 상장(28일)을 앞두고 4% 급락했다. 발행가격과 시장 주가 간 차익을 노리는 공매도가 증가한 데다 조달 자금을 자재 구매대금으로 쓰겠다는 삼성중공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주가에 실망감을 더해주고 있는 셈이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수주 부족으로 내년 영업실적 감소가 불가피한 데다 유상증자 이후 주가에 따른 오버행(언제든지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잠재적인 대기 물량) 이슈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지난해 12월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대우조선해양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가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주식발행한도 확대 등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자본금 감소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대규모 유상증자 대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쏟아부은 현대상선(2조5000억원) 역시 지난 7월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이후 꾸준히 증가하던 현대상선 공매도 잔액은 주가가 하한가 수준으로 떨어진 8월 3일 이후 하루 동안 45만주 급감한 바 있다. 유상증자 전 주당 1만6000~1만8000원 수준이던 현대상선 주가는 현재 7150원에 머물고 있다.
황세운 한국자본시장 연구위원은 "유상증자는 자금 조달이 시급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차입 등이 막혔을 경우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코스닥은 코스피에 비해 성장세가 빠른 기업이 많은 만큼 사업 확장을 위한 유상증자 사례
앞으로 유상증자 참여자의 공매도가 제한되면 상장사들의 유상증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유상증자 기간 공매도 거래를 한 자는 유상증자 참여를 제한하는 공매도 및 공시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