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 M / 대기업 檢수사 여파로 움츠린 인수·합병시장 ◆
스틱은 당초 5726억원 규모로 이 펀드의 1차 자금 조달을 마무리 지었으나 이후 국내 증권사, 은행,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추가 출자 의사가 잇따르면서 펀드 규모가 300억원 늘어난 6021억원까지 커졌다. 이 펀드에는 국민연금이 250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한국교직원공제회와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고용노동부 산재보험·고용보험 등이 대거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스틱은 최근 글랜우드-NH컨소시엄이 매각에 나선 동양매직 인수를 위해 유니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막판까지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등과 열띤 경쟁을 펼쳤다.
스틱뿐 아니라 SK증권·대신PE 컨소시엄도 산업은행의 세컨더리 PEF 위탁 운용사로 선정돼 출자받은 1000억원을 종잣돈 삼아 군인공제회·산재보험기금 등으로부터 추가 출자를 받아 총 2040억원 규모로 펀드 결성을 마무리하고 본격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사실 그동안 미국 유럽 등 주요 투자 선진국에 비해 국내에선 세컨더리 펀드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PEF들 간 M&A 성공 사례가 속속 등장하면서 시장 인식도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했다. 올해 초 VIG파트너스가 홍콩계 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해 투자금의 두 배 넘는 돈을 손에 쥔 버거킹 M&A가 대표적이다. 최근 한솔케미칼이 인수한 테이프업체 테이팩스 역시 토종 PEF인 JKL파트너스와 산은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칼라일이 세컨더리로 인수한 후 해당 사업을 필요로 하는 전력적투자자(SI)에 안착시킨 예다.
정치적 이슈, 불확실한 경제 전망 등 안팎의 사정으로 당분간 대기업 등 SI들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컨더리 펀드 역할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2010년 초반대까지 국민연금, 정책금융공사(현 산업은행) 등의 출자를 받아 결성한 PEF들의 만기가 본격 도래하기 시작하면서 이들 중 알짜 매물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결성된 18조6000억원 규모의 PEF 중 아직 남아 있는 12조2400억원 규모의 PEF가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는데 상당수가 세컨더리 펀드들이 탐낼 만한 매물이다. 여기에 코웨이, 딜라이브(옛 씨앤엠) 등 PEF 매물 중 매각이 추진됐다 중단된 M&A 재수생들까지 다시 매물로 나올 경우 시장이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PEF업계 관계자는 "PEF에도 와인처럼 빈티지가 좋고 나쁘냐에 따라 투자 희비가 엇갈린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PEF가 인수해 환골탈태한 양질의 기업들이 세컨더리 펀드들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펀드에 출자한 투자자(LP)지분을 사고파는 세컨더리 시장도 덩달아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 같은 형태의 세컨더리 거래는 전세계적으로 이미 100조원 규모로 평가받는 대형 시장이다. 국내 시장은 전체 PEF 시장 규모의 한계로 LP 지분 거래가 적었지만 최근 PEF 시장이 60조원대까지 확대되면서 기관 투자가들의 주요 투자회수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인호 KCA캐피탈파트너스 대표는 "한국 세컨더리 시장이 커지려면 LP의 양적 성장은 물론 세컨더리 거래에 대한 내부적 프로세스도 정비돼야 한
■ <용어 설명>
▷ 세컨더리 펀드 : 신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모투자펀드(PEF)가 이미 투자한 기업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PEF의 한 유형. '유동화펀드'라고도 불린다.
[강두순 기자 / 전경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