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희재 씨(34)는 현재 거주중인 낡은 아파트에서 신축 아파트로 옮기고자 올해 들어 10여 차례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 웃돈 주고 분양권이라도 사야 하나 고민하던 중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당장 집을 사기가 망설여지자 그는 신축 아파트 전세로 관심을 돌렸다.
11·3 부동산 대책 이후 관망심리가 팽배한 가운데 향후 3개월간 전국적으로 9만가구에 가까운 신규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 전세난 완화 효과는 물론 갭투자를 자극해 투자수요 이동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내년 2월까지 3개월동안 전국 입주 예정 아파트는 총 8만7985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6만7452가구에 비해 2만533가구(30.4%)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이번에 입주할 물량 중 91.8%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주택이어서 전세수요나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갭투자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전년 대비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 집중됐다.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단지 입주가 몰린 영향이다. 향후 3개월 서울 아파트 입주는 1만3327가구로 전년(2699가구) 대비 1만가구 이상 늘었다.
서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지는 내년 2월 입주하는 고덕동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다. 고덕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이 아파트는 3658가구 대단지다. 고덕동은 노후 아파트들 재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전세난이 극심해진 지역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구하려 해도 가격이 너무 올라간 데다 물량도 없는 상황이어서 래미안 힐스테이트가 전세 수요자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달 입주하는 옥수동 ‘e편한세상 옥수파크힐스’와 내년 2월 입주하는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자이’ 2·3·4블록도 눈에 띄는 단지다. 최근 재개발이 활발한 옥수동은 교통 편의성과 서울숲 조망권이 부각돼 재평가받고 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11·3 대책 이후 분양권 구매 문의는 거의 끊겼지만 신규 아파트 전세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희궁자이 역시 도심지 단지여서 신규 물량이 인근 전세난 완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수도권 전체로 범위를 넓혀보면 김포 감정동에 위치한 ‘감정1지구 한강센트럴자이’가 눈에 띈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이 단지도 3481가구 규모 대단지다. 다음달 입주하는 양주 옥정동 ‘양주옥정 대우 푸르지오 A-9’와 성남 창곡동 위례지구 ‘호반베르디움 A2-9’도 1000가구 이상 단지다. 지방 대단지로는 부산 사직동 ‘사직 롯데캐슬 더 클래식’과 광주 학동 ‘무등산 아이파크’ 등이 있다.
수도권에서는 다음달부터 3개월동안 총 4만641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지방에서는 4만7344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대구·경북이 1만48가구로 가장 많고 부산·울산 9321가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1~2월은 방학으로 인해 이사가 몰리는 시절이라 전세 수요가 많다”며 “새 아파트가 공급되면 전세난 완화와 갭투자 수요가 집중될 여지가 다분히 있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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