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특히 이번 투자는 티머시 가이트너 전 미국 재무장관이 이끄는 세계적인 사모펀드(PEF) 워버그핀커스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세계 유수 PEF와 협업해 최근 안정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물류센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자산운용은 연기금 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 3~4곳과 손잡고 글로벌 PEF인 워버그핀커스 자회사이자 아시아 물류 부동산 전문기업인 '이상 레드우드(E-Shang Redwood)'에 약 3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1966년 설립된 워버그핀커스는 블랙스톤 KKR 칼라일 등과 함께 세계적인 PEF로 꼽히며 가이트너 전 장관이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번 투자는 이상 레드우드가 보유한 물류센터를 담보로 발행하는 선순위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연간 기대수익률은 6%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채권은 부동산을 매입하는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려주고 일정 수준의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담보를 잡고 대출해주는 것이어서 지분을 매입할 때보다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손실 위험은 낮다. 이상 레드우드는 중국 물류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 물류 전문기업이다. 국내 김포 부천 일대 물류센터를 포함해 베이징 상하이 도쿄 나고야 등 중국과 일본 주요 도시 물류센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들 물류센터 전체 연면적은 약 162만㎡에 달한다. 대부분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징둥닷컴(JD.com)과 같은 굵직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아시아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것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보다 전자상거래 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물류센터 임대 수요도 점차 많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워버그핀커스가 이상 레드우드를 자회사로 설립한 것 역시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시장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유독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그에 비해 신규 공급되는 물류센터는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 당시 알리바바는 하루 판매액만 2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에 올 들어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물류센터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 8월 건설근로자공제회는 한국토지신탁과 손잡고 경기도 안성과 화성에 위치한 물류센터 2곳을 880억원에 인수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경기도 이천의 현대로지스틱스 물류센터를 1560억원에 사들였다.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해외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 7월 메리츠종금증권은 한화자산운용과 함께 미국 텍사스주의 아마존 물류센터를 1200억원에 매입했다. 올해 초에는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폴란드 포즈난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를 1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더글러스
[강두순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