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캣 공모주 청약에 실패한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내놓은 특판상품인 800억원 규모 전단채를 일주일 만에 모두 팔았다. 특판상품에 포함된 종목은 한화건설, 태영건설, 아주캐피탈 전단채로 3개월 만기에 각각 연 3.5%, 2.7%. 2.3%의 금리를 제공한다.
황선빈 한국투자증권 채권상품부 담당자는 "전단채의 경우 금리가 2% 중반에서 3% 초반만 되면 나오자마자 바로 판매된다"며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려는 고액 자산가들이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어치까지도 사들인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과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전단채를 찾는 개인투자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판매한 전단채 규모는 이날 기준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전단채는 신용등급 A3~A2(기업어음 등급 기준), 3개월 이내 만기의 금리가 2% 중반에서 3%대인 상품들이다. 특히 건설사들이 발행하는 전단채가 인기가 높다. 신용등급은 낮아도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전단채 주요 발행사인 금융사에 비해 자주 상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 전단채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개인투자자들의 급증하는 수요를 반영해 관련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소액으로도 전단채에 투자할 수 있는 전단채랩, 전단채 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말 전단채랩을 출시한 신한금융투자는 5개월 만에 판매액이 3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이자산운용도 최근 전단채를 비롯한 초단기 회사채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신규 출시했다.
하지만 증권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전단채의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리스크를 과소평가해 무작정 전단채 투자에 나서는 것이 손실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PB팀장은 "만기가 짧아 '설마 잘못되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에 거액을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종종 있다"며 "전단채가 전적으로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양이나 웅진 기업어음(CP)처럼 발행사의 갑작스러운 부도 리스크가
■ <용어 설명>
▷ 전자단기사채 : 기업들이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종이가 아닌 '전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최소 판매 규모가 1억원이기 때문에 주로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