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전문가들이 내다본 트럼프시대 국내증시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은 '트럼프 시대' 등장이 단기간 국내 증시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당선자가 선거 기간에 보여준 기행과 막말 등이 큰 우려를 자아낸 가운데 그가 대통령 취임 후 어떤 식으로 미국과 글로벌 이슈를 이끌어갈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불확실성"이라며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엔 부정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어떤 정책을 들고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공포심리가 존재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는 두려움에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연말까지 국내 증시는 약세장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코스피가 최악의 경우 188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의 경우 브렉시트 당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9배로 바닥이었다"며 "브렉시트 정도의 충격을 적용한다면 코스피 1910~1920 정도가 1차 저지선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1900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입장도 상당했다. 이상화 센터장은 "국내 코스피는 1940선이 PBR 1배 수준이고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한국 증시가 PBR 0.95배 수준까지 폭락했다"며 1880~1940을 코스피 밴드 하단으로 제시했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1900대가 살짝 깨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에 따른 부정적 여파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처럼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 발생한 것일 뿐이며 아주 오래갈 이슈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도 "트럼프 정부가 부양책 등을 제시하면 1~2개월 이후 제이커브(J-Curve)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 2000년 이후 미국 대선은 항상 국내 증시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변수였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치러진 네 차례 대선 직후 일주일간 코스피는 평균 1.11% 하락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을 때도 이후 일주일간 코스피는 2.13% 빠졌다.
트럼프 당선자가 선거 때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점도 점진적으로 주가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을 보고 트럼프 당선자가 그간 내뱉은 말을 주워 담아야 할 것"이라며 "그 내용의 강약 수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재 센터장은 "트럼프의 공약 자체가 디테일이 떨어지기 때문에 향후 내놓는 정책에 따라 시장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투자자들에게 관망세를 유지할 것을
[채종원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