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청약에 몰린 개미들의 자금 10조원 중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는 9조7500억원이 어디로 흘러갈지 시장의 관심이 높다. 서울 강남 지역 주요 프라이빗뱅커(PB)들은 이 자금이 흘러갈 투자 유망처로 ▲전단채·MMF 등 초단기 상품 ▲선강퉁 효과가 기대되는 중국 시장 ▲미국 대선 이후 글로벌 인프라 펀드 ▲밥캣과 넷마블 등 후발 공모주를 꼽았다.
6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3일 마감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일반 공모 청약에 모집된 청약증거금은 10조19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330만8261주 모집에 1억4998만2340주가 신청돼 45.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모인 10조1988억원의 청약증거금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물량을 배정받는 데 쓰일 자금 약 4500억원을 제외하면 9조7500억원이 갈 곳을 잃게 된다. 주식이나 펀드를 담보 받은 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해 마련된 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들이 어디로 갈지 시장에서는 이 자금의 향방에 관심이 높다.
이에 대해 서울 강남지역 PB센터장을 포함해 주요 PB들은 청약 실패 자금이 흘러들어갈 투자 유망처로 크게 4곳을 예상했다.
PB들은 우선 당장은 움직이지 않고 대기하는 자금이 많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과 미국 금리 인상, 여기에 국내 정치적 혼란 상황까지 더해져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PB들은 투자자들이 연말까지는 관망세에 들어가는 분위기라며 자금 이동은 그 이후에 더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분간 관망세에 들어갈 투자자들은 3개월 이내 초단기 상품에 자금을 넣어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자단기사채(전단채)가 대표적이다.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 돈을 넣기 보다는, 만기가 보통 3개월 정도로 짧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단채에 돈을 넣어두고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투자 방향을 정하려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손현승 하나금융투자 신반포PB센터 부장은 “3개월 만기 전단채 수익률은 2.1% 정도”라며 “현금을 그냥 쥐고 있기에는 아깝고 장기적으로 묻어두기에는 확신이 없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PB들은 또 다른 유망 투자처로 선강퉁 수혜가 기대되는 중국 시장을 꼽았다. 이달 중하순으로 예상되는 선강퉁 시행을 앞두고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로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강퉁은 중국 선전과 홍콩 증시 간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선강퉁이 시행되면 한국 투자자들도 홍콩을 통해 선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정상규 신한금융투자 PWM태평로센터 PB팀장은 “선강퉁 시행을 앞두고 자본시장 확대에 따른 기대감이 중국 증시의 거래대금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프라 펀드도 유망한 투자처로 꼽혔다. 미국 대선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인프라 투자 공약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집권 초기 관련 개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조재영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남센터 부장은 “미국 대선 후보들이 모두 공항, 교량, 수로 등 인프라 투자를 공약으로 내세웠기에 본격적인 인프라 투자 싸이클 진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PB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결과가 좋다면 밥캣, 넷마블, 호텔롯데 등 추가
[김효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