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원 IBK기업은행 PB팀장은 "현재 저금리인 상황에서 납입금이 크지 않은 20·30대는 금리 위주의 재테크보다는 비과세 혜택을 최대한 누리는 세(稅)테크를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대범 NH농협은행 PB차장은 "20·30대는 결혼, 주택 마련 등 목돈이 드는 이벤트가 정해져 있는 만큼 해당 지출이 언제 생길지를 계획하고 이에 맞춰 안정적으로 종잣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PB들의 조언에 따르면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목돈이 필요한 시기에 따라 크게 단기(3년), 중기(5년), 장기(10년)용 상품으로 나뉜다. 3년 정도 여유를 가지고 종잣돈을 마련하기에 적합한 상품은 적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주택청약저축이다.
적금은 가장 전통적인 종잣돈 마련 수단이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예금보다 유동성이 떨어지지만 원금손실 없이 최소 1년, 최장 3년 동안 안정적으로 돈을 모을 수 있고 예금보다 금리가 높다. 시중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신협 등 상호신용금고에서 출시한 적금상품은 시중은행 적금보다 금리가 높아 메리트가 크다. 2011년 대규모 영업중지 사태 이후 저축은행에서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고 불안해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관련 제도에 따라 5000만원까지 원금이 보장된다. 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에서 BIS 자기자본비율, 고정이하여신비율, 당기순이익, 유동성비율 등 저축은행의 건전성 관련 정보를 참조해도 좋다.
주택청약저축은 내 집 마련을 위한 필수조건일 뿐만 아니라 소득공제 혜택도 제공한다.
매월 납입일에 2만~50만원 사이에서 5000원 단위로 자유롭게 적립할 수 있다. 잔액이 1500만원 미만이면 2만~1500만원 사이의 액수를 일시 예치할 수도 있다. 금리는 1개월~1년 내 해지 시 연 1%, 1~2년 내 해지 시 연 1.5%, 2년 이상일 시 연 1.8%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 무주택 가구주인 근로자는 연 240만원 한도 안에서 납입금액의 40%를 소득공제받을 수 있다.
만 15세 이상 29세 이하 근로소득자는 3년 만기의 청년형 ISA 상품으로 3년간 비과세 혜택을 누리면서 돈을 모을 수 있다. 매년 2000만원 한도, 3년간 총 6000만원 한도로 납입할 수 있고 만기까지 보유하면 수익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50만원을 초과한 수익에 대해서는 9.9%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다만 중도해지 시 비과세 혜택은 없다.
ISA는 직접 투자할 금융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신탁형과 운용사에 운용을 맡기는 일임형으로 나뉜다. 일임형은 다시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저위험 2종, 중위험 2종, 고위험 2종 등 총 여섯 종류의 상품으로 세분된다. 같은 종류의 ISA라도 취급은행에 따라 구체적인 투자형태는 다르다.
5년 후를 목표로 목돈을 마련한다면 일반 ISA와 적립식 펀드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
5년 동안 목돈을 마련하며 비과세 혜택을 누리고 싶은 이들에게는 일반형 ISA가 적합하다. 5년 만기 상품으로 청년형 ISA와 동일하게 연 2000만원, 5년간 최대 1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 3500만원 이하라면 청년형 ISA와 동일하게 250만원 수익까지 비과세, 이후 9.9%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봉이 5000만원 이상이면 비과세 혜택 한도는 2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일반형, 청년형 ISA 모두 2018년 12월 31일까지만 가입 가능하다.
한편 적립식 펀드 상품을 곁들일 수도 있다. 적립식 펀드는 만기까지 주기적으로 돈을 납입해 돈을 차곡차곡 모으며 펀드 운용수익을 챙길 수 있다. 한번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일반 펀드보다 원금손실 위험이 낮은 점도 장점이다. 펀드는 운용사가 자금을 어떤 상품에 투자하는지에 따라 국내 주식형 펀드, 해외 주식형 편드, 국내 채권형 펀드, 해외 채권형 펀드로 나뉜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을 추천하는지에서 PB들의 의견은 갈렸다. 고재필 하나은행 PB팀장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일종인 인덱스 펀드를 추천했다. 고 팀장은 "안정적으로 목돈을 모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인 만큼 운용사의 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변하는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는 KOSPI 200지수에 연동된 인덱스 펀드가 20·30대를 위해 적합한 선택지"라고 밝혔다.
이진원 기업은행 PB팀장은 해외주식형 펀드를 추천했다. 이 팀장은 "해외주식형 펀드는 다음해 말까지 가입하면 만기 전 환매 시에도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10년 이상 길게 보고 목돈 지출을 준비하는 경우에는 저축보험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5년납 10년만기 저축보험을 활용하면 10년 이후 원리금 수령 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임경희 국민은행 PB 팀장은 "상품 선택 시에는 최소보증율(공시이율과 무관하게 최소한 보장되는 수익률)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저금리 기조에 보험사 공시이율이 내려가고 있어 최소보증율이 높아야 양호한 수익을 건질 수 있어서다. 중소 보험사의 최소보증율이 높은 경향이 있지만 대형사보다 돈을 떼일 위험도 크다. 예금자보호한도 내에서 투자하거나 회사의 경영상황을 잘 살펴야 하는 이유다.
한편 20·30대 종잣돈 재테크의 성패는 얼마나 성실히 돈을 차곡차곡 모으는지에 달려 있다고 PB들은 입을 모았다. 박대범 NH농협은행 PB차장은 "금리나 절세 혜택도 중요하지만 예치금 크기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사회 초년생은 소득
※ 도움주신 분들=박대범 NH농협은행 대전본부 웰스매니저, 고재필 KEB하나은행 강남 PB센터 팀장, 이진원 IBK기업은행 개봉북지점 PB팀장, 임경희 KB국민은행 방배PB센터 PB팀장, 박일건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PB팀장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