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정치적 기반이 없었던 트럼프 후보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이번 선거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미국 경제에 뿌리 깊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경기 사이클에 들어서 미국의 회복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느렸다. 지금까지 미국 성장의 과실도 다양한 소득계층에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매우 낮았다. 따라서 여유 있는 가계는 주가와 집값 상승의 혜택을 누리지만, 중산층 가계는 초저금리로 인해 과도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 1990년 이후 미국 인구 가운데 상위 20%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하위 20%의 7배에 이른다.
힐러리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70%에 가깝지만, 민주당이 의회 과반을 차지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에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의회 구도에서는 주요 정책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
현 상황이 투자자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자산가격을 좌우하는 중요한 동인은 이번 선거가 아니라 경제의 펀더멘털이다.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밸류에이션, 기업 재무구조의 건전성, 금리 수준, 미국 달러의 향방, 경기 사이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 이익, 고용, 투자와 경제 성장률은 모두 상호 연계돼 있지만 이 가운데 실제로 경기 침체 이전에 하락하는 것은 기업 이익뿐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고용 증가율과 투자 증가율은 경기 침체 중에 하락하는 데 비해 기업 이익은 경기 침체가 오기 몇 년 전부터 이미 감소하기 시작한다.
최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비제조업지수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면서 적어도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 성장 전망이 밝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지표는 컨센서스 기대치 53.0보다 현격히 높은 57.1을 기록했고, 월간 상승률은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11월 선거는 어느 정도의 단기 시장 변동성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달러의 안정(연초 후 2% 하락), 유가 상승(연초 후 32% 상승) 등 거시경제적 요소들은 긍정적이다. 따라서 우량하고 안전한 시장으로서 미국을 여전히 선호한다.
[난디니 라마크리슈난 JP모간자산운용 시장전략가][ⓒ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