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주가가 ‘날개없는 추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80만원대였던 한미약품은 주가는 전날 36만2000원까지 내리며 1년새 반토막 이하로 주저앉았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해지, 늑장공시에 이어 사노피와 계약한 당뇨신약 임상3상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투자관계자들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3분기 실적마저 부진해 투자자들의 매도를 부추겼다. 유한양행, 녹십자 등 3대 제약사 가운데 영업이익뿐 아니라 매출까지 감소한 곳은 한미약품이 유일하다. 한미약품 매출액은 1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62% 하락했는데 이는 작년 3분기 베링거인겔하임 계약금 유입으로 인한 기저효과 때문인 만큼 투자자들에게 다시한번 ‘아픈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또 부진했던 북경한미 법인의 매출이 또다시 22% 감소하면서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4분기에도 성장모멘텀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당초 연내 3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한 당뇨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일정이 내년으로 지연되면서 계획한 마일스톤(기술 수출료) 유입도 2017년으로 넘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시기라며 목표가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해지 직전 100만원을 넘던 목표가는 한달여만에 56만원까지 내려갔다.
강양구 HMC투자증권은 “한미약품의 임상리스크를 고려해 단계별 적용 성공률을 변경한다”며 “기존 전임상 13%, 임상1상 33%, 임상2상 44%, 임상3상 55%에서 각각 10%, 30%, 40% 50%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일정을 발표한다고 한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3상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연 이유는 한미약품이 공급하기로 한 임상시료 생산일정 차질이라고 전해졌으나, 이에 대한 회사의 추가적인 설명이 없을 경우 기업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대비 R&D비중이 17.6%에 달할 정도로 신약가치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다. 하지만 임상중단·지연이슈가 발생해 남은 파이프라인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데다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 만큼 당분간 주가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뉴스국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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