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전일 대비 11만2000원(18.06%) 급락한 5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약품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5% 이상 상승 출발하다가 오전 9시 29분 베링거인겔하임이 내성표적 폐암신약 '올무티닙'의 권리를 포기한다고 공시하자 곧바로 뚝 떨어졌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총 7억3000만달러(약 8500억원)에 관련 기술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문제는 한미약품이 하루 만에 호재와 악재성 뉴스를 순차적으로 알리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한미약품은 전날 장 마감 후인 오후 4시 33분에 공시를 통해 항암제 전문 기업 제넨텍과 계약금 8000만달러, 기술수출료 8억3000만달러짜리 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날 오전 시장은 한미약품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상황이었다.
더욱이 한미약품은 사전에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 해지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계약 해지 통보가 지난달 29일 오후 7시 6분에 도착해 절차를 밟아 이날 오전에 시장에 공시하게 된 것일 뿐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넨텍과의 계약도 24시간 안에 내용을 발표한다는 계약 내용에 충실했을 뿐"이라며 "시세조종을 위해서라면 악재를 호재보다 먼저 발표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신중히 사태 조사에 나섰다. 미공개정보 유포, 시세조종, 기타 사기성 부정거래 등 모든 측면에서 혐의가 없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루 사이에 호재성 정보와 악재성 정보를 연이어 공시하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계좌분석을 통해 내부 가담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한미약품의 공시 상황과 주가 변동 추이를 모니터링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가 있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주가가 하루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면서 시장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먼저 개장 전에는 전날 한미약품의 호재성 공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단순히 계약금만 반영해 추정하더라도 한미약품의 4분기 실적이 900억원 이상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증권사들이 앞다퉈 목표가를 높였다. 현대증권의 경우 전날 종가의 2배 수준인 주당 122만원까지 제시한 상황이었다.
투자자들도 분위기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개장 전인 오전 8시 50분께 한미약품 매수 대기 물량은 7만주를 넘었으며 개장 후 1분간 매수호가 65만원 안팎에 약 3만5000주가 거래됐다. 한미약품의 일평균 거래량은 10만주 안팎이다.
그런데 베링거인겔하임의 신약 개발 포기 공시 4분 전인 9시 25분 기준 한미약품의 주가는 62만5000원(0.81%)으로 이미 오름폭이 미미한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성장 기대감에 주식을 매수한 반면 미리 정보를 입수하기 쉬운 회사 측이나 주요 투자기관들이 이때부터 물량을 내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고가인 65만4000원(5.48%)에 한미약품을 매수한 투자자라면 단 한 시간 만에 16%(오전 10시, -10.6%) 이상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임상을 중단하고 한미약품에 권리를 반환하기로 한 것은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더 이상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미약품의 항암신약 '올무티닙'에 대해 임상시험 수행 과정에서 중증피부 이상반응이 발생했다며 의약 전문가, 소비자 단체 등에 사용을 제한하는 서한을 배포했다.
식약처는 앞으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등의 절차를 거쳐 판매중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동인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