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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시장에 찬바람이 거세다. 상장 주간사인 국내 증권사들이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높여 공모가를 책정하는 바람에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을 사실상 '보이콧'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공모주 청약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자칫 공모주시장이 깊은 침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의 목소리가 높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 유니테크노 LS전선아시아 화승엔터프라이즈 미투온 가운데 유니테크노를 제외한 3곳이 부진한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경쟁률이 0.77대1에 그친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기업으로는 처음 미달을 기록했다. LS전선아시아(2.98대1)와 미투온(1.15대1)도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지난 7월 말 이후 신규 상장한 새내기 기업 7곳 가운데 57%인 4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올 상반기 해태제과 용평리조트 등 신규 상장주들이 수일씩 상한가를 기록했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특히 자동차부품업체 두올은 상장한 지 2개월 만에 주가가 공모가(8500원) 대비 33%나 추락해 '공모주 쪽박'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처럼 하반기 성적이 부진한 데는 '공모가 뻥튀기'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공동 주간사를 맡은 LS전선아시아는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공모가를 기존 희망가(1만~1만1500원)보다 낮은 8000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8000원 미만 가격에 전체 기관 신청 물량의 76%가 몰리는 등 실제 눈높이는 그보다 더 낮았다. 그 결과 주가는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첫날부터 하락했고, 28일에는 공모가 대비 16.8% 떨어진 666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다음달 4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화승엔터프라이즈도 앞서 희망가로 1만4600~1만6500원을 제시하고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당시 기관 신청 물량의 71%가 1만5000원 미만의 가격을 제시했지만, 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이보다 높은 1만5000원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 다음달 7일 코스닥 상장 예정인 미투온도 앞선 수요예측에서 기관 대부분이 택한 가격(3800원 미만)보다 높은 3800원으로 공모가를 책정했다. 상장주간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공모 기업들의 수요예측 결과를 보면 대체로 경쟁률이 낮고, 희망가보다 낮은 가격대에 신청 물량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그만큼 기업가치가 고평가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수요예측 결과와 동떨어진 공모가로 개인투자자들이 청약에 불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주간사가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려는 이유는 전체 공모액이 클수록 벌어들이는 수익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통상 주간사는 전체 공모액의 2~4%가량을 수수료 수익으로 받는다. LS전선아시아 상장을 주간한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각각 18억원, 10억원을 벌었다. 또 화승엔터프라이즈를 단독 주간한 한국투자증권은 청약 미달로 실권주를 인수하는 부담은 생겼지만 수수
한 달 전만 해도 이 같은 사례는 드물었다. 지난 6일 코스닥에 상장한 자이글은 공모희망가로 2만~2만3000원을 발표했으나 수요예측에서 대다수 기관이 1만2000원을 웃도는 가격을 적어내면서 공모가를 1만1000원으로 대폭 낮췄다. 덕분에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611대1에 달했고, 현재 주가도 공모가를 상회하고 있다.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