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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드러진 특징은 대차는 증자 공시 전에 하고 실제 공매도는 공시 이후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올해부터 공매도 관련 불공정거래에 대한 집중조사에 나선 이후 나타난 변화다. 미공개정보 이용 처벌은 정보가 공개되기 이전 매매 행위에 의한 부당 이득 또는 손실 회피에 대해 가능하다. 시장에선 법망을 피하기 위해 일부 세력이 '유상증자 전 주식대차, 증자 공시 후 공매도'라는 수상한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6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음달 유상증자 청약을 앞둔 코스닥 상장 기업 바이로메드는 지난 7월 21일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하기 전날 대차수량이 3만2200주 발생했다. 직전 5일간 하루 평균 대차수량은 1350주에 불과했다. 공교롭게도 유상증자 공시 직전에 대차수량이 평소 대비 20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실제 공매도는 증자 공시 다음날인 7월 22일 5만3200주가 쏟아져나왔다. 직전 5일 평균 하루 공매도 3000주보다 역시 18배가량 급증한 수량이다.
이에 앞서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인 한솔제지도 지난 6월 3일 유상증자 공시 직전 나흘 동안 대차물량이 256만주나 급증했다. 직전 4거래일 대차물량이 고작 5만주밖에 안됐던 것과 비교하면 50배가량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거래는 증자 정보가 샜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상증자와 같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이벤트가 공시되면 주가는 다음날 바로 시장에 반영되고 시장에서 공매도 물량을 구하기가 어려워진다.
한 투자 전문가는 "유상증자가 알려질 경우 대차를 구하기 어렵고, 물량이 있어도 빌리는 이자율이 중소형주 기준 평소 3% 안팎에서 최대 10~20%로 올라가기 때문에 대차물량을 미리 구하느냐 못하느냐가 공매도 투자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로메드는 유상증자 발표 다음날 주가가 전일(14만200원) 대비 10.8% 하락한 12만4800원에 마감했다. 공매도 평균 가격도 이날 종가와 엇비슷했다. 이후 한 달 동안 주가는 5%가량 추가로 하락했다.
다음달 17일 최종 유상증자 가격이 9만5000원선이기 때문에 공시 다음날 공매도 투자자가 증자에 참여했다면 결과적으로 20% 정도 차익을 무위험으로 챙길 수 있었다는 계산이다. 대차물량을 경쟁이 없을 때 빨리 확보할수록 차익은 커지고, 빌리는 비용도 낮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불공정거래 세력이 미공개정보 이용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편법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단순히 주식을 빌려놓은 것(대차)만으로는 실제 매매를 한 것이 아니어서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자본시장법 제174조)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증자 공시 직전 대차물량 급증 사례도 유심히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행위가 현행
금감원 관계자는 "미공개정보 이용 처벌이 공시 전 중요한 정보를 이용해 차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했을 경우를 대상으로 하므로 대차만 미리 해둔거라면 현실적으로 처벌이 쉽지 않다"면서도 "여러 각도에서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