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조원을 굴리는 우정사업본부는 국외 사모대출펀드(Private Debt Fund·PDF)에 최대 3000억원을 투자하기 위해 다음달 자금을 맡길 운용사 3곳을 선정하기로 했다. 인수·합병(M&A)을 하려는 미국과 유럽 지역 기업들에게 자금을 대주고 선순위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연간 목표 수익률은 6%대 수준이다.
#행정공제회는 국외 PDF에 11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다음달중 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올해만 벌써 두번째다. 상반기 투자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순위 대출채권을 사들이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수익성이 좀더 나은 메자닌(중순위) 대출채권을 타겟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올 들어 연기금·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국외 M&A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PDF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국외 PDF 투자 규모는 총 8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행정공제회를 시작으로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경찰공제회 등이 공모 절차를 거쳐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활동하는 PDF 운용사를 선정했거나 선정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보험사 상호금융사 등 개별적으로 투자를 집행한 곳까지 더하면 올해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국외 PDF 투자 규모는 1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국외 PDF 투자를 확대하고 나선 것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M&A 시장보다 규모가 큰 외국에서 더 나은 투자 기회를 찾겠다는 복안으로도 보인다.
PDF는 M&A을 추진하는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고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대출채권은 투자 위험에 따라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로 나뉜다. 담보를 잡고 대출해주는 것이어서 지분을 매입하는 사모주식펀드(PEF)처럼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우나 손실 위험은 낮다. 투자 회수 기간도 3년 정도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선진국 등에서는 투자 위험을 감안한 수익성이 우수하다고 인정 받아 PDF 시장이 수년전부터 활성화돼왔다”며 “저금리가 심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각광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외 투자를 늘리는 기관투자가 대부분이 부동산에 치중하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배분 차원에서 향후 국외 PDF에 대한 수요는 더 많아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선 내년부터 PDF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PDF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PEF는 운용자산의 최대 50%까지, 헤지펀드는 운용자산의 전체를 기업에 대출할 수 있도록 연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과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관련 규정이 없어 운용사들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인수자금을 간접 대출하거나 은행의 인수금융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등 우회적인 형태로 PDF를 운용해왔다. 이번 조치로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을 할 수 없는 기업들은 보다 손쉽게 자금을 조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주식 시장에 국한돼온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
■ <용어설명>
▷사모대출펀드(PDF) : 소수의 기관투자가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지분이 아닌 기업 대출과 회사채 투자에 활용해 수익을 내는 사모펀드를 말한다. 기업 지분에 투자하는 사모주식펀드(PEF)에 비해 기대 수익은 떨어지지만 투자 위험은 낮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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