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 한국 ISA계좌, 성공하려면 3가지 바꿔야

최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한 사회초년생 이 모 씨(28)는 중도인출이 어렵다는 설명에 가입을 포기했다. 현행 ISA는 의무적으로 5년간 가입해야하며, 중도에 일부라도 인출하면 계좌가 해지된다. 인출하고 남은금액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이 없다. 이 씨는 “앞으로 언제 급하게 돈이 필요할지 모르는데 중도인출이 안되면 무슨 소용이냐”며 “정기예금 금리가 연 1%에다 세금까지 떼가면 남는 게 거의 없는 마당에 시중에 나와있는 유일한 비과세 상품이라고 해서 가입하려고 했는데 실망”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 재산을 불려주겠다는 목적으로 야심차게 출시한 ISA 인기가 도입 6개월만에 시들해지고 있다. 중도인출이 불가한데다 가입대상과 세제혜택도 제한적이라 실수요자들이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앞서 ISA를 도입한 영국과 일본 사례를 참조해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1일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WM서비스본부장은 “ISA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영국 일본과 달리 한국 ISA는 중도인출이 안되고, 가입대상이나 세제혜택도 크게 제한돼있다”며 “시중에 나와있는 거의 유일한 절세 상품인만큼 실수요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1999년, 일본은 2014년에 ISA를 도입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세제혜택을 제공해 금융상품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일반인이 신규 가입할 수 있는 절세 상품은 씨가 말랐다. 작년 말 대표적인 절세 상품이었던 재형저축과 소장펀드의 소득공제 혜택이 일몰됐다. 연금저축의 소득공제 혜택도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가입률이 떨어지고 있다. 올 3월 전격 출시된 비과세 통장 ISA도 가입대상이 근로·사업소득자, 농어민으로 제한돼있어 취업준비생, 은퇴자 뿐 아니라 주부는 가입할 수 없다. 반면 영국과 일본은 각각 16세,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ISA의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권순호 NH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ISA의 도입 목적이 ‘국민들의 재산증식’임을 생각하면 소득이 없는 주부나 직업이 없는 고령층들이 배제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ISA가 진정한 국민 통장으로 거듭나려면 세제 혜택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국과 일본의 ISA에는 비과세 한도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5년간 순소득 200만원까지만 비과세, 그 초과분은 9.9% 분리과세하도록 정하고 있다. 투자자가 개별상품 대신에 ISA에 5년간 투자해 순이익 200만원을 거뒀다고 가정할 때 연간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은 6만 1600원에 불과하다. 이선근 현대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평소 자산관리에 관심있는 고객 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까지 필수적으로 가입하게 하려면 소득공제 등 세제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