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4층짜리 상가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A씨는 최근 1층에서 영업하던 편의점 때문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본사 관계자라며 찾아온 인물이 "장사가 너무 안 된다"면서 "월세를 깎아주지 않으면 결국 점포를 뺄 수밖에 없다"고 나선 것이다. 당장 편의점이 문을 닫으면 공실이 오래갈 수도 있겠다는 판단에 A씨는 결국 임대료를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조물주 아래 건물주'라는 말이 언제든 다 맞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선호하는 대형 브랜드가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워 건물주로부터 임대계약에서 유리한 조건을 받아내는 '슈퍼 임차인' 노릇을 하고 있어서다. 가맹사업으로 경험을 쌓아 임대차계약에 빠삭한 전문가가 많은 만큼 건물주의 '갑질'과 맞먹는 '을(乙)질'로 비치는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적잖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A씨처럼 임대차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면 폐점을 무기로 임차료 인하를 요구하는 대형 브랜드 가맹점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상황, 혹은 인근 다른 브랜드 점포와의 경쟁 탓에 매출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현재 임차료 수준이 계속 유지될 경우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결국 월세를 조정받는 전략이다.
실제로 매출이 떨어진 곳도 있지만 일부 점포는 이와 상관없이 해당 브랜드 본사의 비용 관리 차원에서 임차료 하락을 강권하고 있다. 한 리테일 업계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 지역별로 복수의 점포를 관리하는 직원들에게 작년과 비교해 임대료 인상률을 몇 %로 유지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며 "상권이 활성화되거나 다른 경쟁 브랜드가 눈독을 들이는 요지의 경우 임대료가 대폭 상승할 수밖에 없는 만큼 여기서 까먹은 비용을 다른 점포에서 그만큼 임대료를 깎아 벌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임대차 계약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브랜드도 많다. 스타벅스가 대표적이다. 대부분 점포가 매월 일정 금액을 월세로 지불하는 정액제로 임대차 계약을 맺는 반면, 이 브랜드는 월매출의 일정 %를 내는 수수료 방식을 고집해 왔다. 한때 스타벅스 하면 건물주라면 누구나 선호하는 '꿈의 브랜드'였지만, 최근 인기가 급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리테일 전문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출의 일정 비율로만 임대료를 받다 보니 매월 들어오는 월세가 들쑥날쑥하고 상대적으로 다른 브랜드를 들여놓는 것보다 돈이 안 된다고 하는 건물주가 많다"며 "이 때문에 최근 스타벅스도 임차계약때 수수료 방식과 정액제를 섞어 쓰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최초 임대차 계약 때 약속한 특약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문제다. 일부 음식점 브랜드는 폐점할 때 주방이 있었던 곳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분명히 계약서에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계약이 끝나고서는 점주뿐 아니라 본사도 이를 거부해 결국 건물주가 직접 비용을 들여 해결한 전례도 있다.
대형 브랜드 임차인을 개인 건물주가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김대현 케이리얼티 대표는 "임대차 계약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