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에서 자기자본 규모가 큰 증권사일수록 자금조달과 기업금융 관련 혜택을 늘려주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주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자기자본 규모가 크고 앞으로도 자본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증권사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4일 매일경제가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를 통해 상위 20개 증권사의 상반기 자기자본 순위 변동을 분석한 결과 미래에셋증권이 작년 말 4위에서 올해 6월 말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지난해 말 1조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단숨에 6위에서 4위로 올랐던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들어서도 500억원가량 자기자본을 늘렸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말 6위에서 올해 5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증권에 밀리면서 4년간 유지했던 5위 자리를 내줬지만 올해 상반기에 자기자본이 312억원 늘어나면서 6개월 만에 제 자리를 되찾았다. 자기자본은 자본금에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더한 수치다. 회계상 자사주 매입은 자기자본에서 제외되고 배당이나 대손충당금은 이익잉여금에서 빠진다.
반면 삼성증권은 3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다. 삼성증권이 자기자본 기준 업계 4위를 기록한 것은 2007년 이후 9년 만이다. 삼성증권은 상반기 1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자본금이 50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자사주 매입에 약 800억원, 최대주주 삼성생명 등에 총 700억원을 배당해줬기 때문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5위에서 6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한국투자증권은 2005년 동원증권과 합병한 이후 10년간 자기자본 순위 5위권을 지켜왔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러나 지난 3월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를 상대로 2000억원 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작년 3월의 6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때문에 상반기 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음에도 자기자본이 8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11~20위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서는 한화투자증권이 14위에서 18위로 4계단 하락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상반기 ELS 관련 손실로1400억원가량 적자를 기록하면서 자기자본이 7945억원에서 6517억원으로 줄었다. 한화투자증권은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이달 19일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청약을 앞두고 있다.
반면 HMC투자증권은 15위에서 14위, 교보증권은 17위에서 15위, KB투자증권은 18위에서 17위로 상승했다. 두 계단 상승한 교보증권은 올해 상반기 부동산금융 관련 수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4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신영증권은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이 1조72억원으로 증권사 가운데 12번째로 자기자본 1조원 이상 증권사 대열에 합류했다.
한편 올해 말 두 건의 주요 증권사 간 합병이 마무리되면 증권사 순위는 또 한번 대변화가 예상된다.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이 합병하면 올해 말 기준 자기자본 약 7조원,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하면 자기자본 약 4조원의 대형 증권사가 출범하게 된다.
금융위가 지난달 발표한 초대형 IB 육성방안에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