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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내부적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 매각작업에서 지분 매수자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예정인 우리은행 지분 30% 중 4%를 매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주식의 1일 종가(1만850원) 기준 약 2930억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한화생명은 입찰 참여를 위해 2일로 예정됐던 이사회를 22일로 늦추고 관련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예금보험공사는 23일 우리은행 입찰 참여를 위한 투자의향서를 받을 예정이라 한화생명은 투자의향서 접수 하루 전에 관련 내용을 최종 점검·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금융당국과 협의를 이미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참가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지만 보험사들의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말을 아꼈다.
우리은행 지분 51%를 가지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24일 보유지분 중 30%를 4~8%씩 과점주주들에게 매각하겠다는 공고를 낸 바 있다. 한화생명이 이번 우리은행 지분 매입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이 없는 한화생명 입장에서 우리은행과 제휴해 국내외 방카슈랑스(은행 지점에서 보험 판매) 시장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특히 한화생명은 최근 우리은행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 방카슈랑스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에 지난해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한 우리소다라은행의 131개 네트워크가 있고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현지법인 신설 가승인을 받은 바 있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400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보험 신계약 기준 베트남 전체 보험사 중 8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베트남에서 자리를 잡고 있고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재 8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어 양사 간 협력을 통한 보험상품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사실 현재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저금리 시대에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 판매로 인한 '역마진' 이슈와 함께 2020년 시행 예정인 새 회계기준(IFRS4 2단계)으로 인해 대규모 자본 확충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수 예상금액이 크지 않고 양사 간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을 한화생명 내부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4% 이상 과점주주 참여 시 사외이사 1인을 확보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생명의 이번 입찰 참여에는 금융당국의 권유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확실한 매수자가 없어 우리은행 지분 매각 공고를 내기 주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화생명이 확실한 매수자로 나서주길 바란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는 외환위기 당시 한화생명(옛 대한생명)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분 100%를 인수한 이후 꾸준히 지분 매각을 해왔고 상반기 현재 15.25%의
생보업계 3위인 교보생명도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모 생보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오래전부터 우리은행 지분에 관심이 있었고 경쟁사가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하면 뒤처질 수 있다는 생각에 다각도로 지분 인수 득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