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경제를 정의할 때 흔히 등장하는 단어다. 모두 투자자 입장에서는 힘 빠지는 말이다. 저성장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은 이제 대부분 국가의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11년과 201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은 중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입증해주고 있다.
선진국 경제 고용 상황은 양호한 편이다. 특히 미국과 영국 실업률은 최근 몇 분기 동안 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로존과 일본의 실업률 역시 매달 하락하고 있다. 정책당국과 경제학자들도 고용시장 상황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생산량(아웃풋)이 그렇게 뛰어난 수준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잠재성장률이란 결국 인구가 증가하고 생산성이 늘어야 높아지는 것인데, 이 두 가지 전망이 지금처럼 악화된 적은 별로 없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증가율이 정체되고 고령 인구 비율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노동력의 성장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둔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전 세계 인구 증가율은 전년 대비 1% 미만이다. 은퇴를 앞둔 65세 이상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1960년대 전 세계 인구에서 65세 이상의 비중은 9.7%였으나 2020년이면 이 비중이 15%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동력을 구성하는 인구가 감소했으므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도 더 많은 상품을 만들고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많은 일을 했으면 좋겠지만, 생산성은 한계에 도달해 늘어나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같은 수의 노동자가 생산하는 생산량이 현재 더 줄어든 상태다.
생산성을 좌우하는 요인에 관한 이론은 매우 많다. 몇 가지만 예를 들더라도 투자·규제·금융시스템·기술 이전·부채·수요 등 다양하다. 이 모든 요인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찾아온 대침체 이후 극적인 생산성 둔화에 각각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설비투자(CAPEX)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설비투자 비중을 보면 유로존과 미국이 유난히 부진하다. 이들의 투자율은 2007년 고점 대비 낮아진 상태다. 미국은 유럽에 비해 많이 회복됐지만 유럽은 여전히 투자가 부진하다. 미국과 유로존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투자를 늘리지 않는 이유를 딱 한 가지만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유로존이 기존 설비의 가동률이 높아졌는데도 신규 설비투자를 늘리지 않는 점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기업 또는 국가가 기존에 설치된 장비를 어느 정도 가동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설비가동률은 최근 82%까지 치솟았다.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황에 치달았을 때 69.5%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높아진 것이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낮은 설비가동률이 지속될수록 채권 투자자들에게는 유리해진다. 경기가 부진해 채권값이 올라가고 금리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채권 가격 상승 요인은 다수의 중앙은행이 정책 금리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회복을 촉진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이 조치로 인해 일부 채권 투자자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바뀌면서 채권 투자가 더 어려워졌다.
생산성 증가를 위한 씨앗, 즉 인구나 투자 증가는 아직까지 나타날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난디니 라마크리슈난 JP모간 글로벌 전략가][ⓒ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