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거래일 연속 코스피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제유가 40달러선이 붕괴되자 순매도로 돌아섰다. 그러나 유가 하락이 글로벌 경기침체 심화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 아닌만큼 주가조정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좀더 우세한 상황이다.
3일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로 전날보다 24.24포인트(1.2%) 하락한 1994.79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000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달 12일 1991.23을 기록한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최근 코스피가 2030선까지 급등함에 따라 박스권 상단에 도달했다는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국제유가 급락과 글로벌 증시 부진 등 악재가 나타나자 일부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다는 평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까지 19거래일 연속 ‘바이 코리아’를 외쳤던 외국인은 이날 683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기관도 203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이 홀로 2427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은 하루 전인 지난 2일에도 코스피200 선물을 6514계약 순매도했다. 지난달 6일 이후 약 한달만에 최대 규모의 순매도였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2.58포인트(0.37%) 내린 698.3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이 종가 기준 700 밑으로 내려간 것도 지난달 12일 699.4를 기록한 이후 16거래일만이다.
전날밤 국제유가는 공급 과잉 염려로 하락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9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55센트(1.4%) 내린 배럴당 39.5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WTI의 배럴당 가격이 4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4월 초 이후 약 4개월만에 처음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약세로 돌아선 국제유가는 이머징 시장 전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다시 높일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유가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 증시도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움에 따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던 상황에서 자동차 판매량 등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증시가 조정 받았다는 평가다. 유럽증시가 은행 자본 건전성에 대한 염려가 부각되며 하락한 것도 미국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글로벌 원유 공급과잉 현상이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부진보다는 공급량 증가에 기인하는만큼 증시 조정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좀더 우세한 상황이다. 미국 소비지표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나이지리아 원유생산 재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원유 생산 증가 등 공급 측면이 정상화되면서 유가가 4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한요섭 미래에셋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계속해서 매일 코스피 주식을 순매수할 순 없다”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제 유가의 정상적인 범위를 배럴당 35~50달러선으로 보기 때문에 유가가 30달러 밑으로 추락하지 않는한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증시유입이라는 큰 흐름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양적완화 확대, 미국 금리인상 지연, 유럽 경기부양책 지속 등 유동성 측면도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세계적인 유동성 확대는 당분간 이어질텐데 이때 풀린 상당량의 유동성은 한국과 아세안 지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유가가 30달러 중후반까지 밀리더라도 신흥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전망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증시
당분간 지지부진한 증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물론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 금융권 리스크와 유가 하락 등이 위험 자산 투자 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당분간 증시를 끌어올릴 만한 뚜렷한 이벤트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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