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자산가 A씨는 달러대비 원화값이 1150원 위로 올라간 지난 6월부터 주기적으로 달러를 분할매수 해오고 있다. 그가 한번에 매입하는 금액은 5만~10만달러 정도. 원화값이 1100원 위로 올라가면 매입 금액을 두배로 늘릴 생각이다. A씨는 “한꺼번에 50만달러를 매입할까도 생각했는데 증권사 PB로부터 ‘환율 변동성이 있을 것 같으니 분할매수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며 “1050원선까지 꾸준히 매입하겠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B씨는 직장 근처에 있는 서울역 환전센터를 최근 점심시간마다 방문한다. 비록 소액이지만 가지고 있는 원화를 달러와 바꿔 소소한 이득을 남기기 위해서다. B씨는 “어제 환전했는데 1인당 하루 100만원으로 환전액이 제한돼 내일 다시 오려고 한다”며 “요즘은 나처럼 원화값 강세를 노리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 예전보다 줄이 좀 더 길어졌다”고 말했다.
원화값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면서 고액 자산가부터 일반 시민들까지 달러 사재기 열풍에 가담하고 있다. 한때 달러당 1200원대 근처까지 떨어졌던 원화값이 최근엔 1100원대까지 올라가면서 환차익을 볼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2.0원 떨어진 1110.0원에 거래를 마감했지만 여전히 연중 최고치에 근접해있다. 최근 증권사 달러 투자상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달러자산은 지난 5월말 1억6883만달러에 불과했으나 7월말 기준으로는 3억1121만달러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6월에 2961만달러가 유입됐고 7월에는 이보다 4배 이상 증가한 1억1277만달러(약 1250억원)가 몰려든 결과다. 최광철 대신증권 상품기획부장은 “대부분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이고 나머지는 미국 등 해외주식”이라며 “최근 달러 약세를 매수 타이밍으로 보고 고객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부장은 “달러 자산 투자방법은 다양하지만 안정을 중시한다면 달러예금과 달러RP를 추천한다”며 “지난 4월부터 달러 주가연계증권(ELS)공모가 허용되면서 이에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반포자이 PB센터는 밀려드는 달러수요로 외환거래가 전달에 비해 60배 이상 증가했다.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PB는 “7월중에는 일별로 1만~2만달러 수준에 그쳤던 외환거래가 달러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7월 27일부터는 10만달러 이상 거래됐다”며 “8월 1일 하루 동안 60만달러 이상 거래됐는데 전부 수출입 관련 무역거래가 아닌 환 투자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은행이나 증권사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환전을 하려는 개인들도 늘어났다. 환전수수료가 싸기로 유명한 서울역 환전센터에는 미국 달러화를 이 기회에 사두자는 개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 날 서울역 환전센터를 방문한 한 직장인은 “주거래은행에 찾아가도 최대 80% 우대를 해준다고 하는데 여기만 90%를 우대해 외환을 싸게 살 수 있어 일부러 찾아왔다”고 말했다.
정원기 하나은행 영업1부 PB센터 지점장은 “달러 매수에 대한 문의가 많다”며 “달러 가치가 하락할때마다 분할매수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지점장은 “8월은 수출비수기인데다가 해외여행이 급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달러당 원화값이 당분간 1100원 근처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반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높아지는 반면 미국
그는 “현 상황에서 투자자산 중 달러 비중을 높이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며 “달러를 매수만 할 게 아니라 역외펀드 투자를 통해 투자수익률과 환차익까지 노리는 윈윈 전략을 노려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준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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