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상암 DMC 랜드마크 용지 매각이 응찰자가 없어 무산되면 민간에 땅을 팔기보다 시가 보유하면서 개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최근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용지 매각을 우선 진행하면서 매각이 불발되면 시가 땅을 직접 보유해 활용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세운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노른자 땅을 외국자본 등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전문가들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연구용역에는 서울시가 시유지인 DMC 랜드마크 용지를 개발할 경우 사업의 방향성과 콘셉트 설정, 자금 조달 방법 등이 담겼다.
DMC 단지는 총 52개 필지(33만5655㎡) 중 48개 필지(28만8812㎡)가 공급됐다. 서울시는 지난 6월 말 랜드마크 빌딩 건립을 위한 2개 필지 등 DMC 내 마지막 잔여 용지 4필지(4만5843㎡)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오는 11월 사업계획서를 접수하고 12월 중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랜드마크 용지를 팔기 위해 그동안 애를 써왔다. 2008년 133층(640m) 규모의 최고층 건물을 짓기로 하고 민간 사업자를 선정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2012년 계약이 해지됐다. 이후 건축물 층수를 '100층 이상'으로 한 규정을 없애는 등 조건을 대폭 완화하고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 업체인 뤼디그룹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 외국 투자자에게도 손을 뻗었지만 지난 1월 공개 입찰에서 신청자가 없어 불발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이번 재매각에서 공급 조건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는 유찰됐던 올해 초 조건을 유지했다.
서울시가 땅을 팔지 않는 '플랜B'를 짠 배경에는 부동산의 단순 매각보다 선진국처럼 운용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자리 잡고 있다. 땅을 민간에 팔면 단기적으로 시의 재정 확보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미래 세대 등을 생각하면 서울시가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에 필요한 공공시설을 확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 등에 임대하면 임대 소득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 매입비 등 건설 비용이나 사옥을 보유하기를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발 후 운영·관리를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시의 정책 기조와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개발에 나설 경우 최근 '공공 디벨로퍼'로 변신 중인 SH공사가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SH공사는 최근 자본금 100억원 규모인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도 설립한 상태다. 공공용지를 사업제안을 한 민간에 장기 임차해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PFI(Project Finance Initiative) 방식도 검토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공유재산을 민간이 참여하는 PFI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땅을 팔지 않더라도 공공은 필요한 시설을 짓는 등 공공성을 살리고 민간은 수익성을 확보해 민관이 윈윈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