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전원주택 난개발로 몸살…"자고났더니 산 허리 달라졌어요"

세종시 전원주택 난개발로 몸살…"자고났더니 산 허리 달라졌어요"

↑ 세종시/사진=연합뉴스

"전망 좋죠? 오히려 세종시내 도심보다 조망도 더 좋은데도 가격은 더 싸다니까요."

세종시 땅값 상승률이 제주도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등 급등하면서 주변지역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24일 오후 세종시 금남면의 한 야산에는 전원주택 부지 조성을 위한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야산 중턱을 깎아 만든 부지 앞으로는 멀리 금강이 보이고 야산을 배후 지역으로 하고 있어 흔히 말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이란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부지당 580여㎡로, 모두 40가구의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는 규모입니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건축 개발행위허가도 모두 받았고, 분양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면서 "평당 가격이 150만원 정도로 세종시 도심 단독주택 부지보다 평당 100만원 가량 저렴하면서도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으니 오히려 더 낫다"고 귀띔했습니다.

세종시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2생활권 인근 장군면의 한 야산에도 250여가구의 전원주택이 들어서는 주택단지 조성공사가 진행중입니다.

주변지역이지만 2생활권 내 정부종합청사와 10분 거리 정도로 가까운데다 토지 분양가가 도심보다 100만원 가량 저렴해, 일부는 이미 택지 분양이 끝난 상태입니다.

게다가 시에서 기존 2∼3ｍ 폭의 농로를 8ｍ로 넓히기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있어 토지 가치는 더 상승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시에서 나서서 개인의 사유재산 가치를 높이는 도로를 개설해 주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도로가 확장되면 인근 임야까지 개발이 확대될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인근 마을 주민 인구가 급증한 것도 아닌도 아닌데 행정기관이 나서서 전원주택 단지에서 쓸 수 있는 진입로를 확보해주는 것은 문제"라면서 "도로 주변 지역의 난개발을 더욱 쉽게 만들고, 인근 자연환경도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세종시 고복저수지 인근 야산에도 버섯재배사 등이 들어서 있고, 시 주변지역 곳곳에 태양광발전시설이나 관광농원 등이 우후죽순으로 난립해 있습니다.

우선 개간 등의 명목으로 허가를 받고 나서 임야를 자른 뒤 편법으로 주택개발 등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제주도의 경우 난개발을 막기 위해 개발 사업자가 직접 상하수도 시설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건축물도 도로변에서 3m 이상 떨어져 짓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종시는 지난해 땅값이 15.28%나 오르면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이 제주도 다음으로 높았습니다.

시는 지난해 신도시 주변 6개면(연기·부강·연동·금남·장군·연서)의 계획관리·생산관리 지역에서 무분별한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성장관리방안'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6개월 넘게 시행이 미뤄지면서 난개발이 더욱 심해지고, 도시경관 훼손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관리지역은 산림, 녹지 공간 등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체계적인 관리를 하도록 돼 있지만, 시에서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종시 한 공인중개사는 "어차피 세종시 주변에 들어서는 전원주택들은 대부분 관리지역에 지어진다"면서 "건폐율이 낮을 뿐 주택을 짓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세종시 관계자는 "신도시 주변 비도시지역의 개발로 도시경관을 해치고 기반시설이 부족해지는 등 문제가 심각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음주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성장관리방안을 본격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