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렸던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는 굴착기 수급조절 문제에 대한 결론을 1년 뒤인 올해 내기로했다. 최근 국토연구원은 최종 용역결과를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지만 지난 22일 열리기로 했던 수급조절위원회는 오는 29일로 일주일 미뤄졌다. 그만큼 굴착기 수급조절을 두고 이해 당사자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4일 "국토연구원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대안을 마련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29일 열리는 위원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은 굴착기 초과공급이 맞는지, 수급조절이 통상마찰 우려가 있는지 등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국토부와 대한건설기계협회는 공급과잉에 따른 수급조절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산업부와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는 공급과잉이 있다고 해도 수급조절이 국제 통상마찰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지난해 국토부에 제출한 용역보고서에서 "굴착기는 시장 수요보다 공급이 매우 크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초과공급 상황이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급과잉과 수요감소로 굴착기 가동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08년 55.5%였던 굴착기 가동률은 2014년 47.22%까지 내려갔다.
건설기계협회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 굴착기 두 대 중 한 대는 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둘 경우 공급과잉으로 굴착기 한 대에 의지하는 임대사업자들은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22일 열린 수급조절위원회는 굴착기 수급조절에 대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건설정책연구원이 굴착기를 수급조절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굴착기 제조업체 단체인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관계자는 "수급조절은 위헌소지가 있고 시장경제 원칙에도 반하는 제도"라며 "한·미 FTA 등 통상마찰 우려도 있기 때문에 굴착기 수급조절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국회 입법조사처도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서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가 국제협약을 위반했는지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제도의 확대·시행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은 산업부로 넘어갔다. 그동안의 논의와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국토부는 최근 산업부에 통상마찰 우려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굴착기 수급조절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사업자에 한해 영업용 굴착기 신규등록을 일부 제한해 공급과잉을 막되 외국업체가 국내에서 장비대여업을 하는 경우 별도
산업부가 통상마찰을 우려해 끝까지 굴착기 수급조절에 반대할 경우 29일로 예정된 수급조절위원회 개최가 또 연기되거나 결론 도출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사실상 수급조절을 하지 않는 것과 같아 굴착기 임대사업자들의 집단 반발이 예상된다.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