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 펀드 대부분이 부진한 성과로 고전하는 가운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해 수익을 내는 ‘알짜’ 펀드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간 국내 증시가 유럽 재정위기 미국 금리 인상 영국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 대외 악재로 높은 변동성을 보였지만 이들 펀드는 ▲상대적으로 작은 설정액 ▲저평가 중소형주 발굴 ▲철저한 분산투자 전략을 바탕으로 지난 8년 간 한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년 간 한해도 빠지지 않고 매해 플러스 수익률을 낸 펀드는 한국투자중소밸류 유리스몰뷰티 맥쿼리뉴그로쓰 한화코리아레전드중소형주 등 4개로 집계됐다.
최근 1년 간 국내 주식형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5.09%에 불과하다. 3년과 5년 수익률도 각각 6.01% -9.33%에 그쳐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 대부분은 장기 투자로도 이익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손실을 봤다. 저조한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매해 수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수익률 부진에 시달리는 대부분 펀드들과 달리 한국투자중소밸류 등 4개 펀드는 국내외 증시 변동에도 매해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투자금이 점차 늘고있다.
이들 펀드의 공통점은 대형 펀드들과 달리 설정액이 1000억원 이하로 작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펀드 덩치가 작으면 변동성이 큰 증시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올 들어 브렉시트 이슈 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휘청거렸지만 이들 펀드는 시황에 관계없이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식시장 트렌드나 특정 섹터에 매몰되지 않고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발굴해 투자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미래 모습을 예측하기 상대적으로 쉽다”며 “기업 매출 규모가 작고 초기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아 글로벌 경제변동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기업가치 분석에 따른 투자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매니저들은 회사 경영진에게 직접 회사 비전이나 경영 철학을 문의할 수 있고 경영진 역량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유리자산운용 관계자는 “시중에 출시된 중소형주 펀드들의 경우 시황에 따라 대형주 비중을 높이기도 하고 작년처럼 바이오·화장품 섹터가 뜨면 그쪽 투자를 늘리는 전략으로 대응한다”며 “단기 시황이나 트렌드에 따라 운용 전략을 바꾸는 펀드들은 중장기적 성과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수 종목에 대한 분산투자로 리스크를 분산했다는 점도 이들 펀드의 강점이다. 통상 중소형주 펀드는 적게는 20개 종목, 많게는 30~4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해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한다. 반면 한국투자중소밸류 유리스몰뷰티 등은 100여개 종목에 분산투자하고 있다. 따라서 한두개 종목이 급락하더라도 전체 수익률이 휘청거리지 않는다.
최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확대되면서 채권형이나 채권혼합형 펀드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들 주식형 펀드에 장기 투자했다면 채권형이나 채권혼합형 펀드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전문가들은 반짝 인기 펀드에 가입하기 보다는 탄탄한 운용 기록을 가진 펀드를 추려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리스몰뷰티 펀드의 수익률은 지난 2004년 설정 이후 538%에 달한다. 맥쿼리뉴그로쓰 펀드의 누적 수익률도 2005년 설정 이후 200%를 넘어선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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