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 전 퇴계 이황 선생이 직접 짓고 사셨던 도산서당 벽면을 본 순간 서양 몬드리안식 추상화와 비슷하면서도 더 따뜻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우리 조상들 지혜를 읽었습니다. 그때 영감을 얻어 예술로서 사진 작업에도 도전했죠.”
차장섭 강원대 삼척캠퍼스 교양학부 교수(58)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겸손하게 말했다. 19일까지 인사동 가나아트센터, 8월 서촌의 건축갤러리 온그라운드에서 개인전을 열어 우리 조상의 지혜를 대중과 나누고 싶었던 인문학자의 꿈을 펼치게 됐다.
차 교수는 “한국사를 전공했으나 교양수업으로 미술사도 함께 가르친 지 벌써 25년이나 됐다”며 “과거 역사에 박제된 정신이 아니라 현재에 고스란히 살려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사 연구를 하면서 전국 고택 400곳을 훑고 다녔는데 고택의 3분의 2가량이 비어서 무너지고 있었다”라며 “어떤 형태로든 기록으로 남겨야 겠다는 생각에 약 15년 전부터 사진을 본격적으로 배웠다”고 전했다.
차 교수 사진들은 ‘한옥의 벽: 비대칭의 균형, 그리고 여백’이란 전시 제목처럼 우리가 놓쳤던 한옥 벽면의 면 분할에 집중한 연작이다. 일반 인화지가 아니라 한지에 인화한 덕분에 명암 차도 크지 않으니 사진이 아니라 소묘화스럽다. 전시를 둘러보고 나면 다소 심심하고 낯설어 보였던 첫인상이 한옥에 담긴 소박한 조선 정신을 흡수한 기분으로 바뀐다.
그는 “몬드리안의 차가운 추상이 의도적이고 기계적, 계산적이라면 한옥의 면 분할은 목수가 의도하지 않고 자연스레 재료를 살려 참 따뜻하고 인간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사진전과 달리 제목이 꽤 친절한 편이다. 사진을 찍은 한옥이나 서원 등 장소는 물론 형체에서 연상되는 해석도 멋드러진다.
차 교수는 “앞으로도 사라져 가는 우리
그는 조선후기 정치사회사와 한국 미술사, 강원 지방사를 연구하는 한편 각종 인문강연과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대중과 소통을 고민해 왔다. 전시에 맞춰 열하당에서 ‘한옥의 벽’이란 책도 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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