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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큰 한국 신용평가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되며 최근 국내 기업들이 외국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코리안 페이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점도 이 같은 결정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15일 투자은행(IB)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나이스(NICE)그룹으로부터 나이스홀딩스 100% 자회사인 나이스인프라가 보유 중인 한국신용평가 지분 50%-1주와 KIS채권평가 지분 24.2%를 패키지로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전체 인수가는 700억~800억원 선으로 추정되며 양측은 곧 매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지분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용평가사와 채권평가사 각각 2곳의 주요 주주로 있는 나이스그룹은 그동안 신용등급 공정성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지분 매각을 검토해왔다"며 "하지만 매각가를 놓고 이견이 커 거래가 지지부진하다 최근 제4신평사 도입 움직임 등으로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디스가 한국신용평가 잔여 지분 전량을 인수하게 된 배경에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높은 배당성향도 한몫했다.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각종 규제로 인해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3개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이익의 90%를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작년 순이익 73억원 중 66억원을 배당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신용평가와 KIS채권평가의 나이스그룹 보유 지분을 인수해 100% 계열사로 만든 것은 한국 사업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신용평가시장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아시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데다 진입장벽까지 높은 편이어서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며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점도 인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
한신평은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3개사가 과점 체제를 형성한 국내 시장에서 그동안 안정적인 실적을 내왔다. 그러나 최근 제4신용평가사 설립 논의가 구체화되고 이에 따라 국내 신용평가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면서 기존 신평사들의 사업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또 신평사에 대한 금융당국과 투자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위기감을 더 키웠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디스도 한국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시장 재편 속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한신평 지분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나이스인프라는 나이스신용평가가 속한 나이스그룹의 계열사로 한신평은 그동안 경쟁사에 회사 정보를 고스란히 노출해왔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번에 껄끄러운 지분관계를 정리함으로써 제대로 된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 기업이 발행하는 해외채권이 현지 투자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무디스가 한신평을 100% 자회사로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선 무디스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같은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아야 하는데, 한신평을 통해 국내 기업과의 소통 채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콩과 일본 등
앞서 무디스는 2001년 한신평의 지분 50%와 1주를 취득하면서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2008년 나이스그룹이 당시 한신평의 모회사였던 한국신용평가정보(현 나이스평가정보)를 인수했다.
[전경운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