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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 업체 케이피엠테크는 200억원 규모 사모 CB(3년 만기)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C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1%와 4%로 3년 동안 보유했을 때 원금+9.5% 이자를 확정 지급하는 구조다.
주가가 급락하더라도 3년 내 회사가 부도만 나지 않으면 주가 등락에 관계 없이 연평균 3% 이상의 안정적인 채권이자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셈이다. 이 CB는 유한회사인 썬트리인베스트먼트와 서광파트너스가 각각 100억원씩 인수한다.
CB는 기업 채권에 일정 기간 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이 붙은 상품이다. 예를 들어 주당 5000원짜리 기업(전환가액 4900원)의 CB를 보유했는데 주가가 1만원으로 올랐다면 주식 전환을 통해 2배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낮다면 전환하지 않고 확정된 채권 이자 수익을 노리면 된다.
CB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금리를 웃도는 채권 이자 수익을 보장받으면서 주가와 연동된 자본차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CB 발행은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아 일반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코스닥기업 비중이 높은데 위험에 따른 채권 이자율도 높게 책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사채 발행이 지나치게 잦은 기업들만 제외하면 부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저금리 시대에 높은 채권이자만으로도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코스닥 상장사 CB의 경우 국책은행들까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13일 네패스가 발행한 50억원 규모 사모 CB(만기 3년, 만기이자율 4%)는 한국산업은행이 전액 인수할 예정이다. 네패스는 지난해 매출액 2200억원, 영업이익 213억원을 기록한 코스닥 우량주다.
지난 1월에는 한국수출입은행이 처음으로 코스닥 상장사 CB에 투자하기도 했다. 전자통신부품업체 이랜텍이 베트남 해외직접투자를 위해 발행한 CB 35억원어치를 모두 인수한 것. 당시 이랜텍의 5년 만기 CB 만기이자율은 1.5%로,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에 7.78% 이자를 확정하는 조건이다.
그러나 CB가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저렴한 조달비용과 주식 전환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코스닥기업들의 CB 발행은 급증하고 있지만 공모 발행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기업 CB 발행은 이달 들어서만 17건, 1500억원 규모로 전년 같은 기간(9건, 800억원) 대비 2배를 웃돌았지만 공모 발행은 한 건도 없었다.
기업이나 발행을 주관하는 증권사들이 사모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리스크 때문이다. 주주배정이나 일반공모 방식으로 CB를 발행하면 청약 후 실권 물량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발행 기업이나 주간사들이 미달 물량을 떠안아야 해서다. CB 발행 목적이 기업의 자금 조달인 만큼 물량을 인수할 여력이 없거나 자기 자본을 투입하면서까지 발행에 나서려는 코스닥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점도
이동호 신한금융투자 기업금융2센터장은 "기관의 CB 투자는 크게 보유 목적과 자산운용사나 자문사 등에 넘겨 개인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한 메자닌 펀드 투자 목적으로 나뉜다"며 "개인이 직접 CB 물량을 받긴 어렵지만 관련 펀드 가입으로 간접투자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