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증시 훈풍 ◆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가 5·10년 만기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 9억달러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이날 뉴욕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수요예측을 접수한 결과 총 240개 기관, 40억달러어치의 매수 주문이 쏟아졌다. 발행 주간사는 UBS, JP모건, 크레디트스위스 등 6곳이 맡았고 아시아와 미국계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이 수요예측에 대거 참여했다. 경쟁률이 4.4대1까지 치솟으면서 채권 발행 금리가 애초 회사 측에서 제시한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특히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연 2.325%로 그간 국내 기업이 발행했던 글로벌 본드 가운데 최저치로 결정됐다. 미 국채 금리(벤치마크) 대비 가산 금리도 연 0.90%포인트로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제외한 비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낮다. 5년 만기 채권도 연 1.92%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결정됐다.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세계 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한국 공기업 등 우량기업 채권은 인기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된 이후 우량 기관투자가들이 한국물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하고 있는 유럽, 일본계에 비해 금리 매력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은 일본을 앞선다. 그럼에도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388%로 일본(-0.276%)보다 훨씬 높아 해외 투자자들이 매력적으로 보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가스공사는 정부 보증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일반 기업들의 채권 발행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의 글로벌 본드는 해외 투자자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자체 최대 규모 발행은 물론 비금융기관 최저금리 발행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10년 만기 채권은 아시아 기관투자가 비중이 86%로 가장 높았다. 투자자별로는 보험사가 60%, 자산운용사가 30%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행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한국가스공사의 양호한 실적"이라며 "광물·석유 등 에너지 공사들이 대부분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흑자를 유지하는 공사는 보기 드물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한국가스공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7646억원과 8941억원이다.
한국물의 높은 인기는 최근 한국 국가 신용등급이 오른 영향도 크다. 남미 아프리카 등 다른 이머징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되레 신용등급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근 브렉시트 등으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짙어지자 한국물의 안정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는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한국에 대한 추가 신용등급 상향을 검토할 수 있다는 코멘트가 나왔다"며 "한국과 한국 기관들이 매우 안정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기관들이 발행하는 글로벌 본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 선호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아차가 발행한 7억달러 규모 해외 채권에는 공모액의 17배에 달하는 120억달러(약 13조80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으며, 지난 5월 수출입은행이 발행한 25억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 해외 채권에도 300개 이상 해외 기관이 참여해 2배가 넘는 52억달러어치 투자 주문이 몰렸다.
한국서부발전과 KT도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글로벌 본드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로드쇼를 진행한 서부발전은 해외 투자자들의 열렬한 반응에 깜짝 놀랐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관심과 문의가 생각보다 많았다"며 "한국물 인기가 상당한 것을 느낄 수 있어 기대감을 안고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도 2014년 이후 2년 만에 글로벌본드를 발행하기 위해 이날 발행계획을 공표하고 투자자 모집에 들어갔다. 일반 사기업으로는 기아차에 이어 올 들어
KT는 2014년 2월 무디스로부터 등급이 강등됐지만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되면서 신용도가 개선됐다.
[조시영 기자 / 김혜순 기자 /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