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스가 곰을 삼켰다.”
11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전고점을 뚫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미 월가에선 터져나온 반응이다. 골디락스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야기될 만큼 과열되지도, 경기 후퇴가 일어날 말큼 위축되지도 않은 안정적 상태의 호경기를 뜻한다. 지난 8일 발표된 미국 6월 고용지표의 강한 반등세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되살리고 미 증시에도 훈풍을 불어넣은 것이다.
또 브렉시트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아베 신조 일본 정권의 참의원 선거 압승 후 추가 경기부양 가능성, 테리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의 차기 총리 확정에 따른 리더십 불확실성 해소와 ‘소프트 브렉시트’ 기대감이 미 증시 상승세를 동반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26포인트(0.34%) 높은 2137.16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5년 5월 20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2134.72)와 2015년 5월 21일 달성한 종가 기준 종전 최고치(2130.82)를 모두 넘어선 것이다.
지난 1~2월 중국발 증시 쇼크로 세계 증시가 연거푸 급락할 때만해도 투자자들 사이에선 증시 회의론이 파다했다. 최근에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피(브렉시트)가 결정된 이후 채권과 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일제히 쏠리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경계감이 다시 고조됐다.
하지만 채권값이 연일 치솟자 채권이 더 이상 안전한 자산이 아니다는 경계감이 확산됐고 분위기는 이번 주 들어 급반전됐다. 짐 코찬 웰스파고 채권투자전략가는 “고객들에게 장기국채를 사들이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루스 비틀스 로버트W베어드 수석투자전략가는 “국채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져 돈이 갈 곳이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마침 월가에선 채권에 쏠린 돈이 증시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결국 미국 증시 안팎의 달라진 여건 속에 서머랠리가 은연중에 찾아온 셈이다.
일본 아베 정권이 10조엔 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 준비에 들어가면서 도쿄 증시도 이틀 연속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전날 4% 가까이 치솟은 닛케이 주가지수는 12일에도 2.46%나 급등하며 단숨에 1만6000선을 회복했다. 지난달 24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충격으로 무너진 1만6000선을 ‘아베노믹스 2탄’ 기대감이 순식간에 살려낸 것이다.
참의원 승리 직후 “대담한 경제정책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아베 총리가 이날 이시하라 노부테루 경제재생상에 구체적인 경제대책을 지시한 것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재정투입에 이어 이달 28~29일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전망으로 도쿄 증시의 서머랠리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BOJ가 연 80조엔의 본원통화 공급량을 늘리거나 현재 -0.1%인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날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헬리콥터 머니’를 주장해온 벤 버냉키 전 FRB 의장과 오찬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추가 양적완화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니케이 서머랠리의 관건은 ‘엔화값’이다. 이날 도쿄 증시는 브렉시트 직전 1만6000선을 회복했지만 달러당 엔화값은 103엔대 초반으로 여전히 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직전 엔화값은 106엔대였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코스피도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선진국 증시 훈풍에 힘입어 상승세에 힘을 받고 있다. 다만 서머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은 상태다.
12일 코스피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 속에 한때 1996선까지 올랐지만 개인과 기관매물로 2000선을 탈환하는데는 실패했다.
안병국 미래에셋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2000선에서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지수는 2000선을 전후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오래가지는 못할 것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지수에 반영된 상태라 8~9월로 가더라도 장세가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연말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이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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