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공모주에 청약한 개인에 한해 시장조성자 제도를 부활하기 위해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주 국내외 증권사 10여 곳의 대표를 초청해 시장조성자 제도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청약일로부터 1개월 이내 주가가 공모가 대비 일정 수준 이하로 급락하면 주간 증권사가 개인투자자들에게서 이 주식을 되사주는 방안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10년 만에 시장조성자 제도 카드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다양하다. 최근 IPO 시장이 양극화되다 보니 소위 돈 되는 기업에만 자금이 몰려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어려워졌다. 또 미국 등 해외 시장과 달리 유난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국내 공모주 시장의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도 깔려 있다. 개인들이 일반 공모주 청약뿐만 아니라 우리사주,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공모주에 투자하다 보니 공모주 시장이 과열될수록 안전장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진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사가 이처럼 일정 기간 시장조성 의무를 부담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경우 공모가 산정이나 배정방식 등에서 자율성도 동시에 높여주겠다는 방침이다. 증권사들이 그동안 공모가 산정 자율화 등을 요구해온 만큼 시장조성 의무에 따른 인센티브로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장주간 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업계는 제도 부활에 반발하고 있어 향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협회 주재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IPO 주간사의 시장조성자 제도라는 것 자체가 없다"며 "공모주 투자에는 다양한 투자자들이 참여하는데 개인만 과보호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공모주 시장을 감안하면 이들 개인투자자가 과연 보호가 필요한지도 의문이라는 게 증권사의 반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주식 공모를 거쳐 신규 상장된 25개사의 주가는 이달 7일 기준 공모가 대비 평균 23.07%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 5곳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22.01% 상승해 유가증권시장 전 종목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 4.32%를 5배 이상 웃돌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물량을 많이 배정받기 위해 억대 대출을 받는가 하면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등을 통해 하이일드펀드에까지 들어가는 등 다양한 수단으로 투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온갖 비용을 감수하고 IPO에 나서는 기업들 입장에서도 '공모가 떠받치기' 제도 부활이 반길 만한 일은 아니다. 주가가 빠질 때 IPO 주간사들이 일부 주식을 떠안아야 한다면 공모가를 낮추려는 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은 IPO를 통해 시장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게 되고 그 피해는 결국 발행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한 증권사 IB부문 대표는 "IPO 시장조성자 제도가 부활되면 아무래도 주간사들이
■ <용어 설명>
▷ 시장조성제 : 신규 상장 후 일정 기간 주가가 공모가 대비 70~80% 수준으로 떨어지면 주간 증권사가 의무적으로 주식을 매수해 더 이상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소위 '주가 떠받치기(풋백옵션)'를 말한다.
[한예경 기자 /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