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 하반기 상장·공모제도 개편을 추진중인 가운데 10년전 폐지했던 ‘기업공개(IPO) 시장조성자 제도’가 부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성제도란 신규 상장 후 일정기간 주가가 공모가 대비 70~80% 수준으로 떨어지면 주간 증권사가 의무적으로 주식을 매수해 더이상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소위 ‘주가 떠받히기(풋백옵션)’를 말한다. 공모주청약에 나서는 소액투자자 보호를 위해 도입됐으나 지난 2007년 7월 전면 폐지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공모주에 청약한 개인에 한해 시장조성자 제도를 부활하기 위해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주 국내외 증권사 10여곳 대표를 초청해 시장조성제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청약일로부터 1개월 이내 주가가 공모가 대비 70~80% 이하로 급락하면 주간 증권사가 개인투자자들에게서 이 주식을 되사주는 방안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10년만에 시장조성자제도 카드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다양하다. 최근 IPO시장이 양극화 되다보니 소위 돈되는 기업에만 자금이 몰려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어려워졌다. 또 미국 등 해외 시장과 달리 유난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국내 공모주 시장의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도 깔려있다. 개인들이 일반 공모주 청약 뿐만 아니라 우리사주,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공모주에 투자하다보니 공모주시장이 과열될수록 안전장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진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사가 이처럼 일정기간 시장조성 의무를 부담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책임있는 조치를 취할 경우 공모가산정이나 배정방식 등에서 자율성도 동시에 높여주겠다는 방침이다. 증권사들이 그동안 공모가 산정 자율화 등을 요구해온 만큼 시장조성 의무에 따른 인센티브로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장주간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업계는 제도 부활에 반발하고 있어 향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협회 주재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IPO 주간사의 시장조성제도라는 것 자체가 없다”며 “공모주 투자에는 개인 뿐만 아니라 기관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데 개인만 과보호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공모주시장을 감안하면 이들 개인 투자자들이 과연 보호가 필요한지 여부도 의문이라는 게 증권사의 반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와 코스닥 시장에 주식 공모를 거쳐 신규 상장된 25개사의 주가는 이달 7일 기준 공모가 대비 평균 23.07%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신규상장한 5곳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22.01% 상승해 유가증권시장 전종목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 4.32%를 5배 이상 웃돌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물량을 많이 배정 받기 위해 억대 대출을 받는가하면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등을 통해 하이일드펀드에까지 들어가는 등 다양한 수단으로 투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온갖 비용을 감수하고 기업 공개에 나서는 기업들 입장에서도 ‘공모가 떠받치기’ 제도 부활이 반길만한 일은 아니다. 주가가 빠지면 IPO주간사들이 일부 주식을 떠안아야 한다면 공모가를 낮추려는 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은 기업공개를 통해 시장에서 끌
국내 한 증권사 IB부문 대표는 “개인투자자 보호 취지는 이해하지만 IPO 시장조성자제도가 부활되면 아무래도 주간사들이 공모가를 가급적 낮추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예경 기자 / 채종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