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올 2분기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데 힘입어 장중 150만원에 거래됐다. 장중 150만원대에 올라선 것은 작년 3월19일(151만원) 이후 약 1년4개월 만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2만9000원(1.99%) 오른 148만90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4월 10일(149만원) 이후 최고 가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올해 2분기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을 올렸다고 발표하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삼성전자가 8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올린 것은 9분기 만으로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 이다. 그러나 통상 어닝서프라이즈 후엔 차익실현매물이 나와 주가가 소폭 조정되기 마련이지만 삼성전자는 오히려 실적발표일 이후 4.8%나 상승했다. 실적발표 전날 주가가 전일대비 3.27% 빠지는 등 약세를 보이자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견조한 실적을 확인한 후 대거 숏커버링에 나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111억원 어치를 순매수해 삼성전자의 외인 비중은 50.43%로 높아졌다. 최근 2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던 기관투자자들도 이날엔 633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삼성전자를 순매수 종목 2위에 올렸다.
주가 상승세가 계속되자 삼성전자가 조만간에 역대 최고가를 경신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종전 최고가(종가 기준)는 2013년 1월2일에 세운 157만6000원이다.
증권업계는 IT하드웨어 업종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가 전 사업부문에서 고른 이익창출력을 보여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무선사업부가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지던 사업구조에서 탈피한 것이 올 2분기 삼성전자가 얻어낸 성과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실적에서 3D 낸드플래시 반도체나 OLED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다른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성과를 냈다”며 “2분기 실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하반기에도 15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기 때문에 주가 모멘텀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거침없는 질주가 계속되자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삼성전자 분할설도 다시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현재 20대 국회에 발의 중인 경제민주화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과 삼성전자 인적분할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회사의 자산 중 계열사 지분은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가치로 평가하게 된다.
보험업종은 총자산의 3%가 넘는 자회사 주식은 보유하지 못하게 되어있는데 현재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삼성생명 자산 3%인 7조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현재 삼성전자 지분을 7.75%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취득원가는 6000억원이었으나 현재는 15조원 내외다. 삼성생명으로서는 삼성전자 지분을 절반 이상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삼성생명의 부담은 더 커졌다.
또 금산분리에 따라 금융계열사는 비금융계열사의의 지분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5%가 넘는 지분에 대해선 의결권이 제한된다.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어도 그룹이 확보할 수 있는 우호지분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려고 하더라도 마땅한 받아줄 대상이 없다는 점이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재무상황이나 실적을 보면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소화할만한 곳은 없다”며 “자본시장법 165조 때문에 계열사 보유 지분을 자사주로 취득할 수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삼성생명 보유지분을 취득하기 위해선 인적분할을 해서 새로운 회사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회사와 사업
오 연구원은 “현재 경제민주화 관련 법으로 올라온 보험업법, 상법,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규제회피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신설되는 삼성전자 투자회사에 매각하는 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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