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결정이 내려진 지난 8일 화장품, 카지노 등 중국 소비 관련주에서만 3조2000억원가량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아모레퍼시픽 시총이 25조원대에서 24조원대로 1조1399억원 준 것을 비롯해 LG생활건강(8278억원), 아모레G(6383억원), 한국콜마(1161억원) 등 화장품 업종의 시총 감소 규모가 컸다. 카지노 업체인 GKL(1052억원)과 여행사인 하나투어(337억원)의 시총 감소 규모도 만만치 않았다.
화장품·카지노는 국내 경기와 관계없이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때 혜택을 보는 대표적인 유커 수혜 업종이다. 이들 업종은 최근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다른 대형주들이 비실비실한 가운데서도 원화값 대비 엔화값 강세로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 대신 한국을 더 방문할 것이란 기대감에 급등세를 타는 중이었다.
임경근 크레디트스위스 주식부문장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인기가 여전한 데다 원화 대비 엔화값이 20% 이상 급등하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날 유인이 더욱 커졌다"며 "전통적인 대형 수출주들이 원화값 약세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반면 화장품·면세점·카지노 등 유커를 타깃으로 하는 업종들이 브렉시트의 수혜를 받았다"고 말했다.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달 24일 이후 지난 7일까지 6.5% 상승하면서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내 화장품 업종에서 아모레퍼시픽과 쌍벽을 이루는 LG생활건강은 지난 7일 118만10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방 브랜드인 '후(Whoo)', 발효 화장품 '숨(SU:M)' 등이 인기를 끌면서 LG생활건강 면세점 매출이 올해 작년보다 60.7% 늘어날 전망"이라며 "중국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도 강화되고 있어 향후 중국 수출 기대감도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을 운영하는 파라다이스도 비실비실하던 주가가 브렉시트 이후 상승 반전하고 있었다. 지난달 24일 1만4500원에서 지난 7일까지 2주간 14% 상승했다. 카지노 매출 비중이 98.6%에 육박하는 GKL도 같은 기간 2만4300원에서 2만7550원으로 13.4% 올랐다.
하지만 브렉시트 충격에도 끄떡없던 화장품·카지노 업종은 사드 충격으로 하루 만에 주저앉았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지난 8일 각각 4.42%와 4.49% 급락했으며 파라다이스와 GKL도 각각 5.14%, 6.17% 하락했다. 같은 날 전일 대비 0.56% 하락하는 데 그친 코스피 수익률을 크게 하회한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의 대응 강도에 따라 2차, 3차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이사는 "중국의 비관세 장벽 등을 통한 보복 우려에 중국 소비 관련주가 일단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2차, 3차 충격 가능성을 열어 두고 중국의 대응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기본적으로는 제한적"이라면서도 "중국 측의 태도 변화에 따른 한류 콘텐츠 방송 규제나 반한 감정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화장품 업종에서는 사드의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드 배치 소식에 화장품 업종이 민감하
[용환진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