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가입자들 투자 판단을 돕고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이달초 금융감독원이 새로 개편한 펀드위험등급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개편의 핵심인 주식형 펀드 위험 등급 세분화가 잘못 이뤄져 펀드의 실질적인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중국펀드 등은 최근 1년 수익률이 -20%에 가까운데도 ‘중위험 상품’으로 분류돼 금융초보자나 노령층 등이 잘못 가입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1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1년 수익률이 -10% 이하인데도 위험등급이 4등급(보통위험)으로 분류된 국내·외 주식형펀드는 모두 35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수익률이 -15% 이하인 펀드도 17개나 된다. 지난 4일부터 금감원이 새롭게 시행한 펀드위험등급제도에 따라 위험도가 크게 떨어졌지만 투자자 성향 분류에 따르면 4등급은 ‘위험중립형’ 투자자에게 추천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어야 한다. 4등급이면 전체 6단계 위험등급 중 세번째로 안전해야 정상이다.
1년간 두자릿수 손실을 기록하고도 중위험 상품으로 분류된 펀드들은 주로 최근 변동성이 극심했던 지역이나 상품에 투자했다. 국내 중소형주 펀드인 ‘현대인베스트먼트중소형배당’, 중국에 투자하는 ‘한국투자중국고배당인컴솔루션’, 브릭스 국가들에 투자하는 ‘신한BNPP해피라이프연금브릭스’ 등은 모두 연간 -16~17% 손실을 기록하고도 4등급으로 재분류됐다. 10년 만기 국공채에 주로 투자하는 ‘NH-Amudi Allse t국채10년인덱스(6개월 수익률 6.27%, 1년 수익률 11.29% 수익)’가 해당 펀드들과 같은 4등급으로 분류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잣대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수익률과 무관하게 위험등급을 받은 펀드들이 많다. 1년 수익률이 -30%를 넘나드는 중국H주 인덱스펀드들은 과거 1등급이었지만 개편 후엔 오히려 ‘초고위험(1,2등급)’ 상품에서 벗어나 고위험(3등급)으로 분류됐다.
1년간 -20%, 3년간 -42%를 기록 중인 한 원자재펀드는 장기간 손실이 커지고 있는데도 오히려 위험등급(1→3등급)이 낮아졌다다. 국내 한 연금가치주 펀드는 1년간 -14%, 3년간 22%로 들쭉날쭉 성과를 기록했지만 5등급(낮은 위험) 판정을 받았다. 5등급은 노령층 등 안정추구형 투자자에게 주로 추천하는 상품으로 채권·채권혼합형(국공채 70% 안팎 투자) 펀드와 원금보장형 파생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변동성만으로 위험등급을 평가하면 손실이 꾸준히 나도 그 폭만 단기적으로 확대되지 않으면 초고위험 펀드에서 벗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분류된 위험등급이 펀드의 성과와 큰 괴리를 보이는 이유는 금감원의 분류 기준에 있다. 3년이 경과한 펀드는 투자대상 자산이 아니라 최근 3년간 수익률 변동성을 기준으로 등급을 산정한다. 최근 1년새 급등락한 자산이라도 해도 과거 2년치 수치가 좋았다면 변동성이 희석될수 있는 것이다.
수익률 변동성 기준 역시 투자자 성향을 파악하는 척도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 발표된 위험등급 수익률 변동성(연환산)은 1등급이 ‘25%를 초과’ 2등급은 ‘25% 이하’인 반면 증권사·은행 창구에서 조사하는 투자자의 수익 및 위험에 대한 태도(목표수익률)를 묻는 5개 척도의 최대치는 ‘±15% 초과’다. 투자성향상 위험중립형(4등급) 투자자의 목표수익률은 ±7~10% 수준이지만 실제 4등급으로 조정된 주식형펀드 중에는 연간 손실이 -15%를 밑도는 펀드들이 포함돼 판매 채널과 투자자 모두에게 혼란을 빚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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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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