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 선릉역 일대 오피스텔 밀집지역. [매경DB] |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국토교통부의 중도금 대출 규제 등이 발표되면서 아파트 시장이 한 차례 술렁인 데 이어 오피스텔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저울질이 시작됐다. 그간 쌓여온 입주·분양 물량을 고려하면 공급과잉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온 데다 이달부터 주거용 오피스텔도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보증 건수 2건, 보증 한도 6억원 제한 기준을 적용받게 돼 내년부터는 임대소득 부담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간 오피스텔은 1억원 미만으로 부동산 투자를 해보려는 사람들에게 '꿈의 수익형 상품'으로 통했다. 아파트와 달리 중복 청약을 할 수 있고 분양권 전매 제한이나 대출 규제가 없다는 점 때문에 단기 투자수요가 몰리기도 했다.
올해 5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분양했던 '대치 2차 아이파크' 오피스텔(159실)은 평균 13.1대1에 최고 63대1 경쟁률로 접수를 마감했다. 4월 말 경기 일산 고양관광문화단지 인근에서 분양한 '킨텍스원시티' 오피스텔(170실)은 계약 하루 만에 모두 팔렸다.
임대수익률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저금리 덕에 분양가가 비싸도 팔린다는 인식 속에 '아파텔'까지 속속 지어지면서 서울 강남·광진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올해 들어 오피스텔 3.3㎡당 평균 분양가가 2000만원을 돌파했다. 아파텔은 전용면적 40~84㎡ 크기에 아파트와 유사한 평면으로 들어서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말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2010년 6.18%이던 것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달에는 5.5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5.65%에서 5.14%로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달을 전후해 오피스텔 시장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공급과잉 지역으로 꼽히는 송파·강서구 일대는 관망세다. 올 하반기 수도권에서 오피스텔 1만5950실이 입주할 예정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서울 강서 마곡동(5244실)과 송파 문정동(3247실)에 집중됐다.
송파 문정동 인근 A공인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들린 이후에도 선뜻 사들이겠다는 투자자를 찾기 힘들다"며 "공급과잉으로 분양가보다 500만~1000만원씩 떨어진 이른바 '마이너스 피'가 형성되는 식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아 한때 시행사가 중개소들 입단속에 나서기도 했다"고 말했다.
분양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강남권에서는 양극화 조짐이 눈에 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분양에 들어가는 청담동의 한 고급 오피스텔은 이미 물량 3분의 1가량이 사전 계약을 마쳤다. 분양 관계자는 "시행사가 나서서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하기로 한 데다 위례~신사선 연장에 한성모터스·삼성사옥 준공 등으로 호재가 있다 보니 주머니 사정이 두둑한 투자자들이 찾아온다"며 "분양가가 최소 8억~13억원인데도 남은 물건은 10억원 선인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초 분양을 시작한 역삼동 한 오피스텔은 여전히 분양 중이다. 서초 일대의 한 오피스텔은 '공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준공 후 3개월간 임대료를 지원해준다'는 조건을 들고 나서기도 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특히 보증금 규제가 적용되는 이달 이후 분양을 앞두고 조바심이 감돈다. 이미 제1금융권은 대부분 오피스텔 중도금 대출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피스텔 사업자들은 중도금 대출을 받는 것이 더 힘들어지는 분위기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신용도 높은 시공사와 연대보증을 서는 방법이 있지만 그나마 입지 여건이 좋은 곳이나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분위기가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고려해야 할 점은 늘어간다.
박원갑 KB국민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