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지난 6일 기준 120조5896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일 106조7878억원에서 3거래일간 무려 13%(13조8018억원) 급등한 것이다.
브렉시트 당일 코스피 급락 후 반등 시기에 집중적으로 몰렸던 주식형 펀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MMF로 피신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렉시트 투표 후 코스피가 1990선을 넘었던 지난 4일부터 전날까지 나흘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4600억원(재투자분 포함)에 달한다.
'삼성KODEX레버리지ETF'에서 1420억원,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에서 1114억원이 순유출되는 등 인덱스·레버리지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설정액이 크게 줄었다. 지난달 28~30일 사흘간 코스피 상승 시기에 유입됐던 1조원에 가까운 단기 차익 실현성 자금 중 절반이 빠져나간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를 가장 많이 판 주체도 자산운용사였다. 지난 4~7일 기관 중에서도 투신은 연일 매도세를 유지하면서 2676억원어치를 팔았다. 같은 기간 유럽발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682억원어치를 매도하는 데 그쳤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브렉시트 충격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저가 매수에 나섰던 자금들이 빠르게 환매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며 "삼성전자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 여진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코스피가 제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호조로 외국인이 대거 매수할 때도 투신을 중심으로 한 기관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코스피 상승폭을 줄였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 영향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강해지는 한편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위험자산도 우량 섹터 위주로 저가 매수하는 움직임이 나타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실적이 좋은 종목 위주로 개별 종목을 저가 매수하는 데 나서는 반면 지수에서는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좀 더 떨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이후 코스피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의 단기 매매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글로벌전략실 팀장은 "2014~2015년까지만 해도 1950선 이하에서는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됐는데 올해 들어 1950선 이상에서도 유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며 "연초부터 대외 악재에 추격을 받은 투자자들의 투자 시계가 짧아졌음을 의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도 "불확실성 확대 국면에서 인덱스펀드와 ETF 외에 마땅한 주식형 펀드를 추천하기 어렵다"며 "브렉시트 여진이 어떤 자산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기술적 요인(가격 변동)에 근거한 투자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배미정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