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6개 시중은행의 CD금리 담합 혐의를 사실상 무혐의 처리하면서 전관들만 거액의 수임료를 챙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공정위 사무처가 심사보고서를 발송하면서 은행들이 부랴부랴 대형로펌의 변호사부터 선임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승소한 대형로펌들은 성공보수까지 합쳐 수십억원을 챙겼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들 대형로펌에는 공정위 전직 관료들이 대거 포진해있었다.
문제는 이번 CD금리 사건이 증거가 불충분했다면 전원회의 회부 전에 ‘심의절차종료’ 처리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공정위 특유의 의사결정 구조에 기인한 바가 크다. 공정위는 검찰 역할을 하는 사무처와 법원 역할을 하는 전원회의(작은 사건은 소회의)가 같은 조직 안에 있는데, 둘다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심의절차종료’ 처리할 수 있다.
이번 CD금리 담합 사건은 그런 면에서 사무처는 담합으로 봤지만 전원회의가 이를 뒤집은 사건이다. 다시 말해서 은행들은 사무처가 담합이라고 봤기 때문에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변호사를 선임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정위 사무처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심의절차종료’ 처리했어야 하는데 굳이 전원회의에 넘기면서 애꿎은 은행들만 거액의 수임료를 지불해야 했다.
실제로 최근 2년 동안 외부에 공개된 사건 가운데 전원회의가 심의절차종료 처리한 사건은 3건에 불과하다. 지난 2014년 공정위가 담합으로 처벌한 사건이 207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사무처와 전원회의가 엇박자를 보인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번 사건은 ‘단군 이래 최대 담합’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정도로 과대포장됐고, 결국 사건을 맡은 대형로펌들은 공정위 전관들을 활용해 전방위적으로 변론에 나섰다. 실제로 이번 사건을 맡은 대형로펌이 보유한 공정위 전관의 면모는 화려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변호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는 김병일·서동원 전 부위원장, 이동규·김원준 전 사무처장이 활약하고 있다. 또한 SC제일은행을 변호한 광장에는 조학국 전 부위원장,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을 변호한 세종에는 임영철 전 하도급국장과 김범조 전 서울사무소장이 있다. 이 밖에 KB국민은행을 변호한 율촌에는 박상용 전 사무처장까지 투입됐는데, 이들은 모두 로펌에서 고문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실무를 담당한 변호사와 함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무리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결국 무혐의로 결론나도 내부적으로 아무런 처벌이 없다”면서 “검찰만 해도 무죄 판결을 받으면 불이익이 있는데 그런 견제 장치가 없다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규식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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