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세운상가 인근 세운4구역이 해묵은 건물 높이 논란에 휘말려 10여 년 만에 재추진하는 재개발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세운4구역 건물이 건너편에 있는 종묘 나무들이 그리는 수목선(樹木線)을 넘어서면 안 된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다. 이 때문에 재개발 계획변경안이 확정되면서 구체적인 건축계획을 세우고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건물 높이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사업이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세운4구역 건물 최고 높이는 지난 4월 재정비촉진계획변경안이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70m 이하로 확정됐다. 사업 시행자인 SH공사는 세운4구역에 특급호텔과 대형 오피스빌딩, 오피스텔 등 상업용 시설을 짓기로 잠정 결정했으며 건물 층수는 대략 12~17층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종묘 중앙에 위치한 정전에서 세운4구역을 바라볼 때 나무 위로 건물이 보이지 않도록 '수목선'을 기준으로 잡으면 건물 최고 높이가 더 내려가면서 최소 2~4층을 추가로 낮춰야 한다.
세운4구역의 층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절에는 기존 90m에서 114m로 높아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폭 90m에 길이 1㎞의 거대 녹지축을 조성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면서 최고 122m까지 완화했다. 하지만 이후 문화재청이 세운4구역의 고층 빌딩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종묘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건물 높이가 계속 깎였고 결국 70m까지 쪼그라들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나무의 키를 기준으로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업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업 초기에 100%가 넘던 비례율(개발 이익률)은 사업이 지연되면서 현재 90%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마저도 세운4구역 토지·건물주 360여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현금 청산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건물 높이를 수목선에 맞춰 낮추면 개발 면적이 줄어드는 만큼 비례율은 더 낮아지게 된다.
세운4구역 주민들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서울시를 믿고 참으며 기다려왔다"며 "개발이 늦어지면 주민들은 물론 시행자인 SH공사도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우여곡절
사업이 지체될수록 쌓여가는 빚도 부담이다. 선이주한 상가 세입자를 위해 내주는 임대료를 비롯해 각종 금융비용 등으로 서울시와 SH공사는 지금까지 세운4구역에 2000억원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