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관이나 개인이 개별 기업 주식을 0.5% 이상 공매도하면 투자자 신원과 잔액 내역을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가 지난달 30일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공시요건 발생 후 3거래일 뒤부터 공시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달 5일부터 대량 공매도자 실명이 공개된다. 당장 '좋은 주식은 사고, 나쁜 주식은 빌려서 파는' 롱숏전략을 함께 구사하는 헤지펀드엔 비상이 걸렸다. 개인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앞으로 공매도를 하기가 한결 어려워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 기관들은 벌써부터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29일 전체 주식 거래대금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2.56%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매도 잔액 공시제는 현재 전 세계에서 EU(2012년 11월)와 일본(2013년 11월)만 도입하고 있다. 미국도 2014년 공시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부작용 염려 탓에 포기했다. 기관 비중이 50%를 넘는 미국에서도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실력자의 공매도 내역이 공개되면 오히려 추종매매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 증시의 경우 지난해 코스닥 기준으로 90%에 육박할 정도로 개인 비중이 여전히 높다. 개인은 공매도를 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주식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공매도 주도 세력인 외국인이나 기관들이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고 종종 불만을 쏟아낸다. 이처럼 국가와 투자자별로 공매도 잔액 공시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다. 그렇다면 실제 공매도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지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다수의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매도를 통해 부정적 정보가 주가에 신속히 반영됨으로써 시장 변동성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본이 현재 이 같은 공매도 공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공매도 전 주식을 빌려간 실적을 뜻하는 '대차잔액'은 종목별로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ETF ETN 헤지 등 다른 목적으로 빌려놓은 부분까지 섞여 있어 공매도용인지 명확하지 않다.
[증권부 =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