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0조원에 달하는 주택분양보증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문제가 최근 주택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다시 부상했다. 주택건설업계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독점 구조를 깨고 민간보증회사에도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주택분양사업이 가진 공공성을 감안하면 불가능하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주택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행 주택법은 일반분양이 30가구 이상인 주택사업의 경우 100% 주택분양보증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둘러싸고 갈등이 적잖은 상황이다.
주택분양보증제도는 건설이 멈추더라도 기존에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수분양자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고, 만약 시행사가 망하면 다른 업체가 아파트를 지어 공사를 마치도록 하는 등 선분양제도 아래 생길 수 있는 입주자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 보증을 HUG가 독점하고 있다. 옛 HUG인 대한주택보증에 대한 민영화가 추진되던 2008년 '대주보 또는 국토부 장관이 지정한 보험회사 중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으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바뀌면서 민간보험사가 주택보증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독점 구조는 8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지침 개정에도 불구하고 국토부 장관이 지정한 민간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주택건설업계에서는 시장을 개방하겠다던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보증회사 추가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서울보증보험(SGI)이다. SGI는 최근 국토부에 '주택분양보증기관 지정을 요청한다'는 내용으로 공문을 발송했다. SGI 관계자는 "올해 HUG가 과다 분양을 잡겠다며 주택분양보증 심의를 깐깐하게 하자 다른 보증회사를 이용하게 해달라는 사업자들의 요구가 늘었다"며 "경쟁 구도를 도입하면 보증료율이 낮아져 아파트 분양가도 떨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건설 관련 보증의 75%를 도맡는 건설공제조합도 이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박승준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은 "시공사의 재무구조와 사업역량 등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건설공제조합"이라며 "사업이 가능할지부터 예상되는 수익성까지 쉽게 가늠할 수 있는 만큼 시장이 개방된다면 우리보다 잘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아직 이르다'고 주장한다. SGI의 추가 지정 요구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만약 사업이 잘못됐을 때 과연 민간에서 그 손실을 모두 떠안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주택사업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지금의 시장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가 대주보의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지난해 오히려 공사화한 것도 오히려 주택분양보증의 공적 기능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전면 개방까지는 힘들더라도 주택보증 일부라도 민간에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3월 정부의 규제개혁관계 장관회의에서도 현재의 독점 구도 때문에 다양한 보증 서비스가 나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계약금·중도금 환급이나 공사 이행 등 특정 범위의 보증상품에 대해 부분 개방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